[강호병의 휴머노미] 기로에 선 줄기세포 정책

머니투데이 강호병 뉴스1 부국장 대우겸 산업1부장 2016.08.0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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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형성 및 조직재생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가 질환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연구결과에서 입증된 효험만으로도 중질환이나 희귀난치질환 등 절벽에 서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는 충분하다.

물론 환상은 금물이다. 줄기세포라고 해서 다죽게 된 사람 벌떡 일어서게 하거나, 아픈 곳을 씻은 듯이 낫게하는 신묘한 약은 아니다.



또 치료제 개발도 말처럼 쉽지않다. 기술적 난제에다 윤리적 문제까지 겹쳐있다. 효험이 크다는 고차원 줄기세포일수록 난이도는 더하다. 난자를 이용하는 배아줄기세포, 성숙한 세포에 유전물질을 넣어 분화이전단계로 돌리는 유도만능 줄기세포(iPS)가 그것이다. 일부분야를 제외하고는 상용화가 의미있게 가능할까라는 회의감도 솔직히 든다.

배아줄기세포는 윤리문제가 격렬하다. 난자를 쓰다보니 그렇다. 기술적으로도 수정란을 이용하는 배아줄기세포는 남의 것을 쓰는데서 오는 면역거부반응이 태생적 한계로 그어져 있다. 상용화되어도 뇌나 망막 등 면역거부반응이 없거나 적은 분야에 집중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배아줄기세포는 낮은 성공률도 극복과제다. 차병원그룹은 세계최초로 2014년 미국에서 성인 체세포를 이용해 복제 줄기세포주를 2개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기증받아 사용한 난자는 모두 129개였다. 이후 연구를 통해 확률을 7.1%(56개중 4개)로 높였다지만 가야할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일본에서 개발해 노벨상까지 받은 iPS는 배아줄기세포가 갖는 윤리성과 면역거부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았다. 연구가 활발하지만 아직 학술적 단계다. 상용화가 가능한지, 된다면 언제되는지 예측은 어렵다. 역분화과정에서 유전적 변이 등 부작용 위험도 크게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실용적인 측면에서 관심은 인체내에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로 향하고 있다. 꿩대신 닭이랄까. 효능은 다른 줄기세포에 비해 떨어지지만 최소한 약물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거의 없고 생산이 용이하다는데 끌리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배아줄기세포의 손이 닿지 않은 부분을 메워줄 보완재로서 의미가 있다.


일본에서는 재생의료법을 만들어 성체줄기세포에 대해서는 치료면허와 제조면허만 있으면 병의원에서 자유롭게 시술토록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성체줄기세포는 2등급이다. 1등급 관리대상은 배아줄기세포와 iPS다.

우리나라에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은 유감스럽게도 중소벤처들이 담당하고 있다. 체력에 맞는 줄기세포 개발을 선택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이겠지만 아직 이들 기업을 키울 캐시카우가 되고 있지는 못하다. 이미 허가된 4개 제품도 치료효능에 비해 높은 가격 때문에 대중화가 못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줄기세포 정책과 행정은 이같은 현실을 잘 고려해야한다고 본다. 일본처럼 성체줄기세포와 그 업체에 대해서는 관대한 정책을 펴서 중질환자나 희귀난치질환자에게 치료의 희망을 주고 업체에는 생존의 길을 터주는 것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일본처럼 재생의료법을 제정, 기본 신뢰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원칙적으로 시판과 처방을 허용할 수 있게 한다면 베스트다.

기존 의약품의 허가절차에 익숙한 식약처 입장에서는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벤처들이 여러모로 서툴고 미덥지 못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퉁명스런 마음으로 통상 의약품 심사에 적용되는 보수적 잣대와 절차를 모질게 들이대면 새로운 희망과 파이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지금 줄기세포 정책은 기로에 서있다. 그리고 어디로 갈 것인가는 보건·식약당국의 태도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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