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가슴 눌러라"…1분에 100회

머니투데이 이슈팀 신지수 기자 2016.08.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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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하니!] 휴가철 맞아 심폐소생술 배워보니···박자와 강도가 생명

편집자주 '보니! 하니!'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코너입니다. 일상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가감없이 전달하고자 만든 것으로, 보니하니는 '~알아보니 ~찾아보니 ~해보니 ~가보니 ~먹어보니' 등을 뜻합니다. 최신 유행,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 화제가 되는 것을 직접 경험한 뒤 독자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위해 준비된 교육용 심폐소생술 마네킹들. /사진=신지수 기자심폐소생술 교육을 위해 준비된 교육용 심폐소생술 마네킹들. /사진=신지수 기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가슴 눌러라"…1분에 100회
4분의 기적은 쉬운 게 아니었다. 1분에 100회에서 120회, 4분동안 최소 400회 이상 심폐소생술을 해야 사람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눈앞에 누군가 쓰러진 순간 머리가 새하얘진다. 그러는사이 골든타임을 놓쳐 생명도 놓칠 수 있다. "적어도 3개월에 1번씩 교육을 받아야 당황하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다"고 소방구조대원들이 설명하는 이유다.

◇구급차가 오기까지 6분 49초···내 손에 생명이
지난달 22일 오후 1시 뚝섬 자벌레 2층 교육실. 소방구조대원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하는 '시민안전파수꾼 교육현장'을 찾았다. 교육용 심폐소생술 마네킹(애니) 15개가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19명의 시민들이 자리한 상태에서 교육은 시작됐다.



19명의 시민들이 시민안전파수꾼 심폐소생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사진=신지수 기자19명의 시민들이 시민안전파수꾼 심폐소생교육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사진=신지수 기자
교육은 교실 앞쪽에 놓인 동영상을 보고 현직 구조대원인 강사에게 설명을 들은 뒤 직접 실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영상은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제작한 것으로 최송현 전 아나운서가 나왔다.

최 전아나운서는 "심폐소생술의 첫 단계는 심정지 확인이다. 환자에게 다가가 양쪽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괜찮으세요?'라고 묻고 만약 환자가 반응이 없다면 119에 신고한 뒤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상이 멈추자 강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심폐소생술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가 호흡이 느려지고 온몸에 힘이 없다면 지체없이 가슴을 눌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도로는 복잡해지고 차는 밀리고 건물들은 온갖 잠금장치가 돼있어서 119구조대원들이 도착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며 “출동하기까지 6분49초가 걸린다. 그때까지 현장에 있는 시민들이 심폐소생술을 해야만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하게, 빠르게, 원상태로…세 가지 원칙

기자 본인이 애니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신지수 기자기자 본인이 애니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신지수 기자
심폐소생술을 직접 할 시간이 됐다. 사람 몸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진 애니는 생각보다 딱딱했다. 힘줘서 눌렀다 떼면 탱탱볼처럼 슥 들어갔다 올라왔다.


강사는 "양손을 포개 깍지를 낀 상태에서 손꿈치(손바닥의 아래부분)를 명치에서 두 손가락 아래 부분에 놓아야 한다"며 "팔을 일자로 유지한 채 손목 힘이 아닌 어깨 힘으로 눌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하게, 빠르게, 원상태' 이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정한 속도로 5cm 이상 들어갈 수 있도록 힘줘서 눌렀다 떼줘야 심장에 자극이 가고 일정량의 피가 심장으로 흐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박자가 생명···싸이 '챔피언' 혹은 산토끼 박자
"30회씩 5번 실시"라는 강사의 외침과 함께 실습이 시작됐다.

구조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어깨보다 손목에 힘이 들어가면서 손목이 아팠다. 그러다보니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손꿈치가 아닌 손바닥 윗부분으로 눌렀고 깍지 낀 손가락이 애니에 쓸려 피부가 벗겨졌다. 기자처럼 손에 상처가 났다면 자세가 잘못됐다는 증거다.

자세가 흐트러진 채 심폐소생술을 진행해 상처가 난 기자의 손가락 모습. 손바닥 윗부분이 아닌 손꿈치로 눌러야 상처가 안난다. /사진=신지수 기자자세가 흐트러진 채 심폐소생술을 진행해 상처가 난 기자의 손가락 모습. 손바닥 윗부분이 아닌 손꿈치로 눌러야 상처가 안난다. /사진=신지수 기자
박자를 유지하는것도 힘들었다. 힘껏 누르다보니 흥분하게 되고 박자 감각을 잃기 십상이었다. 강사는 "싸이의 '챔피언'이나 동요 '산토끼' 박자에 맞춰 누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150회를 하고 난 뒤 교육장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팔과 손목을 흔들었다. '30회씩 5세트'를 약 2번 더 하고나니 온몸에 힘이 빠지고 팔근육이 저려왔다.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약 200회는 더 해야된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계속된 실습으로 손바닥은 이미 빨개진 상태였다.

"아무리 못해도 안하는 것보단 낫다"며 강사는 지쳐가는 사람들을 향해 박수를 치며 박자를 맞춰줬다. 박수에 맞춰 속으로 '소리 지르는 내가 챔피언'을 부르며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심폐소생술 하는 우리가 챔피언
교육이 끝나니 눈이 풀릴 정도로 피로가 몰려왔다. 기자의 옆자리에서 교육을 받은 박성열씨(53)의 팔에도 힘줄이 선 상태였다. 그는 "군대에서 배웠지만 이론 위주였다"며 "이렇게 실제로 해보는 건 처음인데 진짜 힘들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누군가 쓰러졌을 때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서 교육을 받으러 왔는데 해보니 자신감이 생긴다"며 "이제는 누가 쓰러지면 나서서 가슴을 누룰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심폐소생술 교육만 세번째라는 이면실씨(50)는 "5년 전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한 적이 있었다. 너무 놀라 112며 119에 전화하려고 했는데 순간 멍해지더라"며 "당황했을 때 습관처럼 119에 전화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려면 꾸준히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내 급성심정지로 쓰러지는 사람은 연간 3만명 이상(2014년 기준)이다. 이중 병원으로 옮겨져 살아남은 환자는 우리나라에서 100명 중 5명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며 환자 주변인들이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노영선 교수팀에 따르면 내가 사는 지역에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사람이 10% 늘어날 때마다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확률은 1.36배 높아진다.

심폐소생술 교육은 시민안전파수꾼을 포함해 각 구의 보건소, 적십자 등에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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