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준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그가 영화와 인연을 맺은 건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대학원을 졸업한 2000년대 초반, 시각특수효과 전문회사인 리듬 앤드 휴즈에 입사하면서부터다. 이곳에서 그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얼굴 표정을 자동으로 구현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 ‘가필드’(2004년)의 고양이 가필드(빌 머레이)의 움직임을 완성했다. 노 교수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할리우드 작품의 CG 작업을 맡아왔다. ‘80일간의 세계 일주’(2004),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2005), ‘수퍼맨 리턴즈’(2006) 등에선 군중의 움직임과 3차원(D) 배경 지형을 만드는 프로그래밍 작업에 참여했다.
노준용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br>
그는 먼저 "최근 주목받는 VR(가상현실)·AR(홀로그램)등의 신기술은 중장기 계획없이 성급하게 움직여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3차원(D) TV 때처럼 또한번 '팔로우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해 일으킬 수 있는 '기술 편향'을 지양해야 한다는 게 노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또 '형평성의 늪'도 경계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에서 CG 하면 떠오르는 회사가 있죠. '웨타(Weta) 스튜디오'입니다. 뉴질랜드 정부는 웨타라는 회사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세제 혜택을 많이 주고 있거든요. 그만큼 가격경쟁력을 갖춰 할리우드 일감을 대부분 수주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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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타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제작해 △뉴질랜드 국가이미지 제고(4800만 달러) △2만명 이상의 고용창출 △38억 달러(약 4조 5000억원)의 관광산업 성장을 일으켰다.
"우리나라에도 할리우드 제작진보다 훌륭한 CG 전문가들이 많아요. 하지만 CG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회사가 없죠.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시장도 없어요. 그래서 밖으로 나가야 하고, 또 웨타처럼 해외에서 적극 일감을 가져와야 합니다. 우리도 웨타처럼 세제 혜택을 달라고 정부에 요청을 해 봤죠. 돌아온 대답은 '형평성에 어긋난다'였어요. 경기 회복과 일자리 문제로 고민이 많은 현 시점에, 국가 이익과 연관된 산업을 단지 형평성의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는 건 바른 모습이 아닐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