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네치킨·설빙·3CE' 등은 상표권 무단 선점…사업 추진에 애먹기도
-당장 중국 진출 계획 없어도 미리 등록해야…중문명·유사상표도 동시에
국내 화장품과 식품, 프랜차이즈 등 한류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국 등 해외에서 한국 업체의 상표를 선점·도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히 상품이름이나 디자인을 베끼는 것을 넘어서 아예 상표권을 먼저 등록해 한국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걸림돌이 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브랜드 수려한을 모방한 '수아한', 네이처리퍼블릭은 회사명을 본 뜬 '네이처 리턴', SPC그룹은 파리바게뜨를 베낀 '바리바게뜨' 때문에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브랜드 표기방식과 글자체는 물론 제품 용기와 색깔까지 비슷해 중국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선이 일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영문명 뿐 아니라 '자연공화국'이라는 중문명까지 추가로 등록했다"며 "악의적인 방식으로 무단 도용한 뒤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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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상표권 경제적 가치에 눈을 뜨면서 출원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 공상행정관리총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상표권 출원 건수는 287만여건으로 2008년에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출원건수로 글로벌 전체 건수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먼저 등록하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수십개, 수백개 상표권을 미리 등록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브로커 한 사람이 300개에 달하는 상표를 선점하기도 했다. 최근엔 개인 브로커에서 벗어나 법인을 설립해 조직적으로 상표권 수집에 나서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에서 샴푸 브랜드 '리엔 윤고' 상표권을 출원했는데 현지 업체가 뒤따라 똑같은 상표를 출원해 깜짝 놀랐다"며 "한글 상표권은 다행히 올 1월 먼저 등록을 마쳤고 현재 한자 상표권 등록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로커와 금전적인 보상을 통한 협상은 더 많은 한국 상표권 무단 선점과 도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 정부를 통해 행정구제를 요청하거나 피해를 입은 업체들이 모여 공동 대응하는 것이 좋다. 다수 기업들이 모여 공동 대응하면 중국 현지에서도 해당 브로커나 법인에 문제있다는 근거로 통할 수 있다.
중국에서 당장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상표권을 미리 등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엔 중국에서 벌어지는 상표권 분쟁 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국 현지 상표권 출원도 늘고 있다. 2012년 6114건이던 국내 기업의 중국 상표권 출원건수는 지난해 1만7940건으로 3년새 194% 증가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상표권은 먼저 등록한 사람에게 우선권이 인정된다"며 "기업 이미지와 영문 발음 등을 고려해 미리 중국어 브랜드를 짓고 유사 브랜드까지 동시에 등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