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천지' 몽골…한·몽 FTA로 日에 정면도전

머니투데이 울란바토르(몽골)=이상배 기자 2016.07.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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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朴대통령, 한·몽 정상회담서 FTA 추진 합의…"성장 잠재력 높은 유망 틈새시장"

박근헤 대통령과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15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제11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아셈) 회의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박근헤 대통령과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15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제11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아셈) 회의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7월16일 오후 2시(현지시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중심부의 국영백화점 앞 주차장에 20여대의 승용차가 주차돼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본의 토요타 또는 렉서스(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차량이다. 한국 차량은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2대가 전부다. 울란바토르 시내 어디서든 마찬가지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차량의 대부분이 토요타다. 하이브리드카 역시 토요타의 프리우스가 거의 전부다.

현지인 남닥 조릭트(34)씨는 "몽골은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기 때문에 무조건 추위를 잘 견디는 차량을 선호한다"며 "토요타는 강추위 속에서도 고장이 나지 않는데다 중고차의 경우 가격도 저렴해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도 고장은 잘 안 나지 않지만, 가격이 높아 부자들만 탄다"고 했다.



몽골의 가전제품 시장도 도시바·소니·샤프 등 일본 업체들이 사실상 석권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오히려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에게 시장을 잠식 당하고 있다. 6월 몽골-일본 간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로 일본산 제품의 관세까지 인하 또는 철폐되면서 일본 자동차·가전제품의 몽골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해지는 추세다.

'일본의 아성'인 몽골 시장에 우리나라가 도전장을 내민다. 한·몽 FTA 체결 추진을 통해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오전 몽골 울란바토르 정부청사에서 엘벡도르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몽 간에 FTA의 일종인 EPA(경제동반자협정)를 체결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개시키로 합의했다. 몽골 입장에선 일본에 이어 사상 두번째 FTA 추진이다.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은 "6월 몽골-일본 FTA 발효 후 몽골 내에서 무역역조 등의 우려로 FTA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몽 정상회담을 계기로 적극적인 설득을 통해 FTA 추진 합의를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한·몽 FTA 체결로 주요 상품의 관세가 인하 또는 철폐될 경우 우리나라 입장에선 자동차·가전제품·석유제품 등의 대몽골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 등 우리나라 업체들이 토요타 등 일본 업체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된다. 또 몽골로부터 구리, 아연, 몰리브덴 등 비철금속을 저관세 또는 무관세로 싸게 들여올 수도 있게 된다. 투자자 보호장치 신설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대몽골 투자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몽골의 국내총생산(GDP)은 116억달러로 우리나라(1조4000억달러)의 1%에도 못 미쳤다. 2014년 이후 주요 수출품인 구리,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년보다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내년부턴 원자재 가격 반등과 함께 빠른 경제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IMF(국제통화기금)는 몽골의 2018년 경제성장률이 5.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몽골은 2011∼2013년에도 연평균 13.8%의 고도성장을 이어갔었다.


강 수석은 "몽골은 인구 300만명의 작은 시장이지만 최근 한류 분위기를 타고 유망 틈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특히 세계 2위의 구리, 세계 4위의 석탄 매장량을 보유한 세계 10대 자원부국으로서 중국·러시아·중앙아시아 등의 배후시장도 확보하고 있어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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