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EU 정상, 5년만에 '한·EU FTA 개정' 합의

머니투데이 울란바토르(몽골)=이상배 기자 2016.07.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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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종합) 朴대통령, EU·베트남·미얀마 연쇄 정상회담…"내년 아셈 경제장관회의 서울 개최" 제안

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박근혜 대통령/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과 EU(유럽연합) 지도부가 발효 5년째를 맞은 한·EU FTA(자유무역협정)의 개정에 합의했다. 한·EU FTA 개정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변화를 반영하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또 박 대통령은 내년 ASEM(아셈·아시아·유럽미팅) 경제장관회의의 서울 개최를 위해 협조해 줄 것을 EU 측에 요청했다.

◇ 한·EU FTA 개정 작업 추진



14∼18일(이하 현지시간) 4박5일 간 몽골을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아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15일 오후 울란바토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EU 양대 지도자인 도날드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이 논의했다.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한·EU 정상회담에 이어 박 대통령과 현 EU 지도부 간의 두번째 회담이다. 투스크 상임의장과 융커 집행위원장이 모두 한·EU 정상회담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회담에 융커 집행위원장은 개인사정으로 불참했다.



양측 정상은 자유무역의 상징인 FTA의 혜택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한·EU FTA 발효 이후 지난 5년간의 상황 변화를 고려해 한·EU FTA 개정 작업을 추진키로 뜻을 모았다. 특히 한·EU FTA 투자규범 도입 등을 통해 상호 투자확대를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정부는 그동안 한·EU FTA에 투자자 보호 관련 조항을 추가하기 위해 EU 측에 한·EU FTA 개정을 요구해왔다. 2011년 7월 발효된 한·EU FTA 협정문에는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투자법원제도 도입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또 브렉시트에 따른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도 한·EU FTA의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박 대통령은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여러 도전이 닥칠 수 있겠지만, EU가 그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수많은 위기를 기회로 바꿔 온 것처럼 슬기롭게 대처해 더욱 굳건한 통합체로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며 "앞으로도 한국과 EU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토대로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에 함께 대응해 나가면서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이에 투스크 상임의장과 융커 집행위원장은 영국의 EU 탈퇴로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오히려 EU 회원국 내에서 유럽 통합에 대한 지지가 강화된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브렉시트는 한·EU 관계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며 EU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신뢰할 수 있는 협력파트너로서 한국과 제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내년 아셈 경제장관회의 서울 개최" 제안

박 대통령은 "지난 10여년 간 열리지 않았던 아셈 경제장관회의를 내년 서울에서 개최하고자 한다"며 EU 측에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브렉시트 이후 신고립주의나 보호무역주의가 촉발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자유무역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상호 교역 증대를 위해 양자 차원은 물론 아셈, G20(주요 20개국), APEC(아시태평양경제협력체) 등 다자 차원에서도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셈 정상회의 전체회의에서 첫번째 선도발언자로 나서 "이번 아셈 정상회의가 역내 자유무역, 포용적 성장, 창조혁신의 확산에 추동력을 제공하기 바란다"며 "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내년 한국에서 아셈 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아셈 경제장관회의는 2003년 7월 중국 다롄 회의가 마지막이었다. 당초 2005년 9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주최 측인 네덜란드가 인권 문제가 불거진 미얀마의 수석대표에 대한 비자발급을 거부하면서 고위급 회의로 대체됐다. 이 문제에 대해 ASEAN(동남아시아 국가연합) 국가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아셈 경제장관회의는 13년간 중단됐다.

한편 박 대통령은 올초부터 계속된 북한의 핵실험과 각종 도발에 대해 EU가 강력한 규탄성명을 신속하게 발표하고, 실효적이며 포괄적인 독자제재 조치를 취해온 데 사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 탄도미사일 개발을 이대로 방치하면 머지않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채택과 독자・다자제재로 마련된 모멘텀을 잘 살려 대북제재 조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는 데 긴밀히 협력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북한이 기만적인 대화 제의를 통해 시간을 벌면서 핵능력 고도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대북제재 조치를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북한이 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반도 통일이야말로 북한 핵, 인권 문제 해결은 물론 아시아-유럽 간 협력 잠재력 극대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며 EU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투스크 상임의장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계속 위반하고 있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 핵문제가 동북아 지역을 넘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EU로선 '안보리 결의 2270호'(대북제재 결의)는 물론 EU 차원의 추가적 독자 제재조치를 강력하고 충실하게 이행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스크 상임의장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지지 입장도 거듭 확인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 라오스·베트남 신임 총리와 첫 정상회담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통룬 시술리트 신임 라오스 총리, 응웬 쑤언 푹 신임 베트남 총리와도 각각 첫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술리트, 푹 총리 모두 4월 총리로 선출됐다.

한·라오스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북핵 저지를 위해) 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차원에서 보다 분명한 대북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라오스는 올해 ASEAN 의장국이다.

이에 통룬 총리는 "그동안 아세안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 아래 북한에 대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촉구해왔다"며 "라오스는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한 간 통일을 위한 노력을 항상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ASEAN 내 북한·북핵 문제 논의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한·베트남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한·베트남 FTA 이행을 통해 양국 간 교역의 확대균형을 모색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에 푹 총리는 "양국간 교역 확대 목표를 당초 2020년 70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베트남 투자 확대를 위해선 양국이 협의 중인 사회보장협정의 조속한 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베트남에 조성 중인 한·베트남 인큐베이터 파크에 입주할 우리 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인센티브를 조속히 확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푹 총리는 사회보장협정이 조속한 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인큐베이터 파크 입주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센티브 부여 문제는 자신이 직접 챙겨가겠다고 화답했다. 또 푹 총리는 원전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가 한반도는 물론 세계 평화와 안정에 큰 위협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앞으로도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분명하고 단호한 대북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푹 총리는 "유엔 회원국들이 단결해 안보리 결의 2270호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북핵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도 한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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