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차기 사장 '낙하산 논란'으로 본 '밀실의 흑역사'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6.07.1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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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차기 사장 '낙하산 논란'으로 본 '밀실의 흑역사'


대우건설 차기 사장 공모 과정에 '정치권 외압' 의혹이 일면서 낙하산 인사의 폐해가 또 한번 도마에 오르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정치권이나 관가에 연줄을 댄 전문성이 없는 인사를 공기업 사장이나 구조조정 임원 등에 임명하는 것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은 어김없이 이어져 왔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건설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서도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특정 후보를 '정치권 유력 인사가 밀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부실기업에 대한 채권을 기업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산업은행은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2008년부터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최고책임자는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들이 맡고 있었지만 부실이 커지는 상황을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민주당 김기식 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2008년 이후 임명한 사외이사 18명 가운데 12명이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우조선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권력기관을 등에 업은 낙하산 인사들이 방만 경영을 눈감아 준 탓이 크다.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의 영향으로 구조조정은커녕 부실을 키워온 흑역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군사정부 때는 물론이고 문민정부(김영삼 대통령) 때는 '등산화'라는 말이 유행했고 국민의 정부(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도 지역 연고를 앞세운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안택수 전 한나라당 의원이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임명되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대우건설, KDB생명, 한국항공우주(KAI) 등 현재 구조조정과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기업들은 산업은행이 출자전환을 통해 거느리고 있는 회사다.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은 낙하산 인사는 수도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산업은행은 정부 입김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관리대상 기업의 부실을 적발하지 못하고 낙하산 혜택을 누린 산업은행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부실산업을 연명시키는 데 돈을 쓰는 국책은행이라면 존재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낙하산 인사가 부실경영을 촉발하고 이로 인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의 조대형 입법조사관은 "기업 구조조정의 역할을 맡게 된 산업은행 지분을 정부가 100% 가지고 있다는 데서 낙하산 인사 등 관치금융의 딜레마가 존재한다"며 "경제발전 단계에 맞춰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다시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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