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경제학자 예언 따라 주식투자 했더니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6.07.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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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47>“미래 예측하는 경제학자는 바보 아니면 거짓말쟁이”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경제학자들 가운데 과학이라는 미명 아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보통 극단적인 예측과 독설로 주위의 관심을 끈다. 반대로 밋밋하거나 방향성 없는 예측을 하는 경제학자는 인기가 없다.

시청률과 클릭수 등을 좇는 미디어의 특성상 극단적인 예측이나 독설을 내뱉는 경제학자들이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쉽다. 개중에는 연예인인지 경제학자인지 구분이 안 가는 사람들도 있다.



‘닥터 둠’(Dr. Doom)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는 2008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 예언한 뒤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의 예언대로 미국 경제는 2007년 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시스템 전체가 혼란에 빠졌고 그 여파로 2009년 6월까지 역성장을 거듭하며 대침체(Great Recession)를 겪었다. 글로벌 경제도 2009년 덩달아 침체에 빠졌다.



이 예언 이후 그는 ‘족집게’ 경제학자로 불리며 여기저기서 초청을 받았다(한국에도 초청됐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또 다른 불길한 예언을 듣기 위해 모여들었고 그의 저주(?)에 촉각을 세웠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2008년 이전에 이미 네 번이나 경제 침체가 온다고 예언했던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는 2004년에 경제가 침체에 빠질 거라고 예언했고 2005년과 2006년, 2007년에도 또 경제 침체를 예언했지만, 그의 예언은 모두 빗나갔다.

사람들은 루비니를 역대 최고의 경제 예측자로 부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만약 그의 예언을 따라 주식투자를 했더라면 2008년 경제 침체가 도래하기 4년 전에 이미 주식시장에서 돈을 뺐을 것이고 2008년 이후에도 수년간 주식시장엔 얼씬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손실이 훨씬 컸을 게 분명하다. (만약 공매도 포지션이라도 취했더라면 2008년이 도래하기 이전에 파산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도 루비니는 (4번이나 예언이 빗나갔지만) 미래 예측을 한 경제학자 가운데 성공한 축에 든다. 다른 경제학자들의 미래 예측은 더 형편이 없었다.

옥스퍼드대학의 저커 덴렐(Jerker Denrell) 교수와 뉴욕대학의 크리스티나 팽(Christina Fang) 교수는 2002년 7월부터 2005년 7월 사이에 월스트리트저널에 발표된 경제예측조사(Survey of Economic Forecasts)에 나오는 모든 경제학자들의 예측을 조사했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평균 보다 20%나 높거나 반대로 20% 낮은 극단적인 예측이 맞은 경제학자를 골라냈다.

그 뒤 이들의 3년간의 예측 성과를 조사해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극단적인 예측을 맞춘 경제학자들이 다른 경우에는 평균을 하회하는 형편없는 예측력을 나타냈다.

다시 말하면 극단적인 예측이 들어맞은 경제학자는 야구에 비유하면 휘두른 방망이로 어쩌다 한두 번 홈런을 날릴 수 있었지만 평소에는 삼진아웃을 더 많이 당한 타자와 같았다는 얘기다.

루비니도 2008년 경제 침체 예측은 엉겁결에 만루 홈런에 됐지만 그 이전 예측은 네 번이나 연속 삼진아웃이었다.

경제평론가인 해리 덴트(Harry Dent)도 극단적인 경제 예측으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그는 2006년 『The Next Great Bubble Boom』이라는 책에서 미국 다우지수가 2008년 혹은 2009년 말까지 3만5000~4만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다우지수는 겨우 1만8000선이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증시는 고꾸라졌다.

이후 덴트는 2009년 『The Great Depression Ahead』라는 책을 내고 이번엔 대규모 공황이 올 것이라며 다우지수는 3900선까지 추락할 것이라 예언했다. 나아가 2009년 증시가 반등할 때마다 주식을 처분하고 현금을 보유하라고 권고했다.

덴트는 여기서 그치질 않았다. 2013년 자신의 ‘Survive & Prosper’라는 블로그에서 다우지수가 향후 하락을 지속해 33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그 누구도(정부나 정치인, 금융정책당국 모두) 증시 추락을 막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증시는 2009년 이후 줄곧 상승했고 6년 후인 지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 덴트의 ‘Boom’ 책을 읽고 주식투자에 나섰다면 최악의 시기에 주식을 산 것이 되고 반대로 ‘Depression’ 책을 읽고 주식시장에서 발을 뺐다면 또 다시 최악의 시기에 주식을 판 것이 된다.

그런데 거듭된 오판에도 덴트는 여전히 자신의 경제 예측을 과학이라며 떠들고 다닌다. (한국도 몇 번 방문했다)

미래 예측이 어긋나 망신을 당한 경제학자는 이 뿐이 아니다. 벤 버냉키(Ben Bernanke) 전 미 연준의장은 2008년 1월 초 “경제 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해 미국 증시는 50% 넘게 폭락했다.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1929년 10월15일 “미 증시는 영원히 추락하지 않을 단계에 올랐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증시는 대폭락을 시작했고 이후 경제 대공황(Great Depression)을 겪으며 다우지수는 88%나 떨어졌다.

피터 말룩(Peter Mallouk)은 그의 저서 『The 5 Mistakes Every Investor Makes and How to Avoid Them: Getting Investing Right』에서 미래를 자신있게 예측하는 경제학자일수록 ‘바보’(idiots)이거나 ‘거짓말쟁이’(liars)에 가깝다고 일갈한다.

그 이유는 경제학자가 바보나 거짓말쟁이어서가 아니라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데도 경제학자들이 세상을 속여 인기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한가지 슬픈 것은 잘못된 예측을 되풀이 하는 경제학자들이 여전히 각종 미디어에 얼굴을 내밀며 또 다른 엉터리 예언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쩌다 우연히 만루홈런을 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예언을 듣고 주식투자를 했다간 삼진아웃도 모자라 아예 주식시장을 떠나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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