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시계'로 주식거래?…초단타매매(HFT) 보다 빠르다

머니투데이 유경진 미래연구소 인턴 2016.07.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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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헤지펀드 르네상스테크놀러지, 원자시계 주식거래 시스템 특허출원

미국 헤지펀드 회사인 르네상스테크놀로지가 특허출원한 주식거래 시스템에 이용되는 원자시계./사진=미국 특허청미국 헤지펀드 회사인 르네상스테크놀로지가 특허출원한 주식거래 시스템에 이용되는 원자시계./사진=미국 특허청


미국 특허출원번호 '14/451,356'.

미국 헤지펀드 회사인 르네상스테크놀로지(Renaissance Technology)는 최근 미국 특허청에 원자시계(atomic clocks)를 이용해 주식매매 주문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특허출원했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목표는 월스트리트에서 유행하는 초단타매매(HFT)보다 더 빠르게 주식매매 주문을 처리하는 것이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뛰어난 수학자이자 냉전시대 암호 해독자(codebreaker)로 이름을 날렸던 짐 사이먼스(Jim Simons)가 설립한 헤지펀드 회사이다. 사이먼스는 2008년 한해에만 25억 달러(약 2조 8800억원)의 연봉을 받아 그 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펀드매니저에 오른 것으로 유명하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가 운영하는 포트폴리오 규모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약 530억 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

지난 2월에 공개된 이 특허기술은 16 페이지에 달한다. 원자시계 시스템은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공동 경영자 로버트 머서(Robert Mercer)와 피터 브라운(Peter Brown)에 의해 개발됐다.



지금까지 헤지펀드 회사 등은 남보다 한발 앞서 매매주문이 체결되도록 하기 위해서 거래소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 서버를 두고 고객의 매매주문을 한데 모아서 처리했다. 거래소와 서버는 서로 광케이블을 통해 연결되기 때문에 서버에 모인 고객의 매매주문이 거래소까지 전달되기까지 아주 미미하지만 시간이 지체될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소요시간은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단위가 이용될정도로 극히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헤지펀드 회사 등은 이처럼 아주 짧은 시간의 차이에 컴퓨터를 이용해 대량의 매매주문을 보냄으로써 남보다 한발 앞서 막대한 차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원자시계 시스템은 이러한 절차를 걸치지 않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대량 매매주문을 작은 단위로 쪼갠 뒤 바로 거래소에 전송해 지체 시간을 줄임으로써 빠른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특허출원에 따르면 원자시계 시스템은 초단타매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주식거래가 가능하다. 게다가 원자시계의 오차는 3000년에 1초로 매우 정확하다.

전문가들은 원자시계 시스템 특허출원을 두고 그동안 미국 주식시장을 장악했던 초단타매매를 넘어설 수 있는 혁신적인 발명으로 여기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월스트리트에서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속도전쟁을 그대로 반영한다. 밀리초(1000분의 1초), 마이크로초에 천문학적인 액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테크놀로지도 초단타매매를 뛰어넘기 위한 수단으로 원자시계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르네상스테크놀로지가 바로 지난 수년간 초단타매매로 미국 증시에서 엄청난 차익을 거두었던 장본인이라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루이스는 그의 저서 ‘플래시 보이즈’를 통해 르네상스테크놀로지가 최근 몇 년간 초단타매매를 통해 미국 주식시장을 지배해 왔다고 비난했다.

미국 시장조사기업 탭 그룹(Tabb Group)에 따르면 지난해 초단타매매 거래를 한 회사들이 미국 주식 거래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스피드가 생명인 미국 월가에서 원자시계의 도입은 속도전쟁을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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