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직원 감금' 이종걸 등 전·현직 국회의원, 무죄(종합2보)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6.07.0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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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국가정보원 여직원 감금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59)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심담)는 6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상 공동감금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강기정(52), 문병호(57), 김현(51) 전 의원과 당직자 정모씨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 등의 행위가 감금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상 감금죄는 사람이 특정한 구역에서 나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심히 곤란하게 할 때 성립되는데 이 의원 등의 행위를 이에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의원 등은 피해자를 방 안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정원 직원인 피해자의 대선 개입 활동을 의심하며 피해자가 밖으로 나와 경찰에게 컴퓨터를 제출하거나 방 문을 열어 컴퓨터를 확인하게 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라며 "이 의원등에게 피해자를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감금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당시 이 의원 등이 현장에서 경찰 등에게 피해자의 컴퓨터, 노트북 등의 내용을 확인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한 점 △우원식 의원(59)이 피고인 등 관계자들을 대표해 "빨리 의혹을 해결하려면 문을 열어야 한다. 본인이 열고 나와서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맞다"고 기자들에게 브리핑한 점 △이 의원 등이 당시 현장에 도착한 피해자의 부모에게 "하드디스크만 가지고 나오면 되는데 왜 그것을 하지 않느냐", "나와서 컴퓨터와 사람이 경찰에 가면 된다"고 말한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노트북을 뺏길 것 같았다. 그래서 밖의 상황이 무서워 나오지 못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피해자는 집 앞에서 이 의원 등이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서 자칫하면 밖으로 나가려다 자신이 사용하는 국정원 업무용 컴퓨터를 빼앗겨 직무상 비밀이 공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껴 스스로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당시 피해자가 노트북 등을 제출하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거나 노트북을 가지고 나가려고 할 경우 자유롭게 외부로 나가는 것을 이 의원 등이 막았을 것임이 충분히 추단되는 만큼 감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이 의원 등이 피해자를 나오지 못하도록 막거나 붙잡는 행위를 실제로 한다면 그 때부터 감금 등의 죄가 성립하는 것"이라며 "피해자가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의원 등이 그런 행위를 실제로 하기 전에 미리 감금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결과는 사필귀정이라 생각한다"며 "사법부가 아직 살아있다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1심 선고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 관계자는 "1심의 무죄 선고는 감금죄의 일반적 법리에 비춰 수긍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2월10일 불거졌다. 당시 이 의원 등은 국정원 심리전단 내 직원들이 비밀 근거지를 마련해 조직적으로 다수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야당 후보를 반대하거나 비난하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이 의원 등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선거법을 위반한 현행범이라고 주장하며 경찰에게 압수수색을 요구했다. 이 의원 등은 당시 민주통합당 관계자들과 함께 2012년 12월11일 자정부터 13일 오전까지 약 35시간 동안 집 앞에 머무르면서 김씨를 감금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사건으로 고발된 야당 의원 8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들의 행위가 폭처법상 공동감금죄에 해당한다고 판단, 2014년 6월 이 의원 등 4명을 벌금 2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약식기소된 사건을 맡은 법원은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지난달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의원 등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한다는 이유로 절차적 위법을 저질렀다"며 이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을, 강 전 의원에게 벌금 500만원을, 문전 의원과 김 전 의원에게는 각각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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