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불확실성'과의 싸움 "나만의 업(業) 찾아라"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방윤영 기자 2016.07.1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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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프트 시대 4편]청년 스타트업 대표 5人이 말하는 창업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기술은 인류 삶과 사회 시스템의 질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제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 역할을 해왔지만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넘어선 공포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런 또다른 '산업혁명'의 시대에 미래사회에 대비한 사회경제시스템에 대한 모색은 필요하다. 이들 신기술을 잘 활용하면 인구절벽이 가시화되고 고령화와 함께 저상장 늪에 빠진 한국엔 '벼락 같은 모멘텀'이 될 지 모른다. 머니투데이는 신기술이 가져올 미래 일자리의 변화를 짚어봤다.

창업은 '불확실성'과의 싸움 "나만의 업(業) 찾아라"


바야흐로 창업 전성시대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3만1260개 벤처기업이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0년 2만개를 돌파한 지 5년 만에 벤처기업 3만개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이 확대되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창업 열풍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면서 고용절벽 시대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창업에 도전에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청년 창업자 5인(조정호 벤디스 대표·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김혜연 엔씽 대표·황룡 룬랩 대표· 신동해 텐핑거스 대표)이 예비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들어봤다.



◇창업은 ‘불확실성’과의 싸움 “환상 버려라”= 이들은 하나같이 “창업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강조했다. 창업 열풍에 휩쓸리지 말고 사업의 본질에 집중하라는 조언이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창업에 뛰어들면 개인적인 시간이 사라지고 미래도 불확실하다”며 “아무리 창업을 독려해도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창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창업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매일 이어지는 삶의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유학 시절 3D 프린터,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접한 김혜연 대표는 창업을 결심하고 외삼촌의 농업 회사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았다. 2011년 홀로 창업에 나섰으나 실패를 맛봤다. 이 과정에서 창업 팀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2014년 초 엔씽을 설립해 식물의 성장 모니터링이 가능한 스마트 화분 '플랜티' 개발에 나섰다. 실제 제품 출시까지 2년이 걸렸다. 김혜연 대표는 "하드웨어 특성상 제품 출시까지 과정이 복잡하고 길었다"며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커서 초심을 유지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1억원 규모의 사전 주문을 유치할 수 있었다. 그는 "킥스타터 도전 과정에서 단계별로 더 큰 목표로 세워 달성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두 번의 창업 실패를 경험한 황룡 룬랩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속도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가고자 하는 길이 뚜렷하지 않으면 쉽게 지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학 입학 직후부터 창업을 준비한 황 대표는 애견과 인디음악 관련 창업에 실패한 뒤 생리컵 '룬컵' 개발에 나섰다. 센서를 부탁한 '룬컵'은 혈량, 색상, 생리주기 등 정보를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황 대표의 세 차례 창업 아이디어는 모두 다른 분야였다. 그는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실패를 인정할 수 있었다"며 "완전히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실패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금융 소비패턴 분석 앱 '뱅크샐러드' 개발사인 레이니스트의 김태훈 대표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이를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창업"이라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좋아하지 않으면 창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태훈 대표는 스스로 경영능력을 쌓기 위해 졸업식 꽃다발과 호떡을 팔아봤다.

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노점상이라도 운영해 봐야 한다는 것. 김태훈 대표는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실제 현장에 뛰어드는 경험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취업난 도피처가 창업? “나만의 길 개척한 것”= 종종 청년 창업가들은 “취업하기 어려워 창업한 게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창업에 도전하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극복한 창업자들 입장에선 황당할 뿐이다.

대학교 2학년 때 창업전선에 뛰어든 신동해 텐핑거스 대표는 “취업난 때문에 도피성으로 창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 웹디자인을 독학해 디자인 외주 작업을 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웠다. 직장 경험조차 없었던 신 대표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항상 배우는 자세로 다른 이들의 도움을 구했다.

그가 창업한 텐핑거스는 스토리텔링형 데이트 코스 추천 앱을 개발한 '서울데이트팝'을 운영하고 있다. 20~30대 연인들의 데이트 고민을 해소하기 위한 서비스다. 지난 4월 포스코기술투자로부터 투자금 10억원을 유치, O2O(온·오프라인 연계) 영역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조정호 벤디스 대표는 “공무원이었던 부모님께서 창업하겠다는 아들 때문에 밤잠을 설치셨다”며 “사법고시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그만두고 사업을 한다고 해서 더 반대가 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법학과를 졸업한 조 대표는 서울 신림동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모바일 식권 서비스 기업인 밴디스를 창업했다. 초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대출을 통해 창업자금을 마련했다. '식권대장'은 현대오일뱅크와 한솔제지, SK플래닛 등 11개 대기업을 포함해 60개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대한민국 모바일 어워드 2015' 연말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차지하는 성과도 냈다.

김태훈 대표는 스스로 창업을 선택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대기업 수십 곳에 지원해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생각을 실현하는 게 행복과 가깝다고 생각해서 창업을 택했다"며 "남들이 (내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 한 번도 창업을 취업의 대안으로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덧붙였다.



◇‘창업 활성화’ 위해 세밀한 지원과 문화 조성해야= 이들은 창업 활성화를 위해선 세밀한 지원 정책과 긍정적인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해 대표는 “정부 지원 이후 제출해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아 시간 소비가 크다”며 “단발성 행사보다는 장기적인 투자에 초점을 맞춘 창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창업 규제로 꼽히는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대보증제도는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걸림돌이다.

조정호 대표는 "대표이사 연대보증제도는 창업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재기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한다"며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더욱 건강한 창업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7년간 두 차례 실패를 겪었으나 그 경험으로 '식권대장'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혜연 대표는 “정부 지원이 초기 기업 육성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며 “창업 3년차부터 도움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제품 출시는 창업 3년 이후부터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시점에 알맞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 안정화 단계의 체계적인 지원을 늘려 스타트업 생존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

청년 창업자들은 창업에 대해 ‘가설과 검증의 연속’, ‘문제 해결 방법’, ‘장기 연애’ 등으로 표현했다. 김태훈 대표는 “사(士)자 직업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건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며 “새로운 직업과 문화를 만들고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창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두 명 이상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며 "크게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를 의지하는 관계가 형성될 때 단단한 회사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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