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 조직원 살인 공모한 '봉천동식구파' 두목, 징역 10년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16.06.3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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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필리핀 도피생활 중 자수한 폭력조직 두목이 탈퇴한 조직원의 살인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도형)는 30일 살인예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봉천동식구파 두목 양모씨(49)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직원 민모씨와 김모씨는 각각 징역 4년과 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져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이날 징역형이 선고돼 다시 구금되게 됐다.



봉천동식구파는 2001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일대를 주무대로 활동하던 봉천동사거리파와 현대시장파를 통합해 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봉천동식구파는 불법 주유소 운영을 통해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하고 각종 부동산 관련 이권에 개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돈벌이를 하고 폭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2010년 초 조직을 탈퇴한 이모씨를 살해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조직원들에게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양씨는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이씨의 인적사항과 파악된 동선을 넘긴 뒤 살인을 계획했으나 착수금 지불 문제 등에 합의하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양씨는 또 이씨가 조직 탈퇴 후에도 주유소 운영권을 넘겨주지 않자 조직원들을 시켜 위협을 가하고 운영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 등 조직원들은 2009년 3월~9월 이씨의 주유소를 수차례 찾아가 "주유소 운영권을 당장 내놓지 않으면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위협을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결국 이씨로부터 주유소 저장시설에 보관된 1억원 상당의 유류와 현금 3000만원, 주유소 운영권을 넘겨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이 외에도 유사석유제품을 제조해 2005년 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22곳의 주유소에서 불법으로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양씨는 조직원들과 공모해 톨루엔, 메탄올 등이 혼합된 유사석유제품을 정상적인 휘발유와 7대3의 비율로 섞어 돈벌이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양씨는 자신이 조직의 두목이 아니며, 범죄단체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직원들의 진술과 여러 정황 등을 살펴보면 양씨가 봉천동식구파의 두목으로 활동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씨에 대해 "유사석유제품을 저장하고 판매한 행위만으로도 다수 시민들과 일반 공익에 끼친 악영향이 적지 않다"며 "살인예비 범행을 저지르는 등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씨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필리핀으로 간 후 3년 이상 수사를 방해한 점,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들 외에 다수의 봉천동식구파 조직원들이 2012년∼2014년 사이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며 "그 조직원들과의 형을 서로 비교해 양씨 등의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양씨보다 서열이 더 낮은 조직원이 받은 형보다는 양씨가 더 중한 형을 선고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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