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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다른 계약자 이익 침해 소지..4대 쟁점은?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권화순 기자 2016.07.0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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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논란에 소급적용 문제까지 얽혀 '첩첩산중'

자살보험금, 다른 계약자 이익 침해 소지..4대 쟁점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대형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고 대형 생보사들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논란을 쟁점별로 정리한다.

◇자살보험금 뭐가 문제인가=보험 계약자가 사망하면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자살로 인한 사망도 마찬가지다. 재해로 인해 사망한 경우에는 재해사망 특약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이 추가된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 사망보험금보다 2배가량 많다. 재해란 외부에 기인한 우발적인 사고를 의미한다. 자살이 재해가 아니란 점은 명백하다.

문제는 2002년부터 2010년 약관 변경 전까지 팔려나간 약 280만건의 보험이다. 이 보험 약관에는 보험 가입 2년 후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일본 보험사의 약관을 잘못 번역해 생긴 오류였는데 금감원도 2001년 당시 보험사가 이 약관을 보고했을 때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이후 이 약관은 금감원에 보고돼 승인을 받았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똑같이 가져다 쓰기 시작했다. 새로 보험 약관을 만들면 금감원에 다시 보고해야 해 이미 보고된 약관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2007년 즈음해 민원이 제기되면서 인지됐지만 금감원은 2010년이 돼서야 문제 약관을 수정하도록 했다. 생보사들은 당초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모르고 있었고 문제를 인지한 후에도 자살은 재해가 아니기 때문에 자살에 대해서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달 이 약관이 유효하니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소멸시효 논란, 생보사의 꼼수?=대법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생보사들은 소멸시효를 들고 나왔다. 청구기간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지급 자살보험금 2465억원 가운데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2003억원으로 81%에 달한다. 그러자 금감원은 생보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꼼수를 부린다며 제재를 가하겠다고 나섰다.

금감원은 대법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만큼 보험수익자가 재해사망보험금을 따로 청구하지 않았더라도 일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함께 청구한 것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생보사들은 자살보험금이 다른 보험금과 다른 특수한 경우라며 소멸시효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고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가 대법원이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리면 경영진의 배임이 된다는 논리다. 소멸시효와 관련한 1, 2심 결과는 대부분 소멸시효가 지났으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대법원 판결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생보사들이 자살보험금을 다른 보험금과 달리 특수하게 보는 이유는 자살에 대해서는 재해특약 보험료를 따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휴면보험금과도 다른 점이다. 보험사들은 소멸시효가 지났어도 휴면보험금은 돌려주고 있다. 보험계약자가 보험료를 냈는데도 만기가 지났거나 계약이 해지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 못 찾은 보험금이란 점이 자살보험금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자살보험금 지급이 무조건 선일까=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무조건 선이 아니란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장보험은 상호공제의 성격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보험료를 내고 이 보험료로 필요한 사람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자살보험금은 재해특약 보험료를 받지 않았는데도 지급해야 하는 만큼 다른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한국보험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보험수익자에게는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이익을 주면서 보험단체(다수의 보험 계약자들) 전체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보험사와 보험계약자의 “합리적인 의사는 재해만을 보험 사고로 삼은 것”이라며 “이는 자살에 대해 보험료를 산출하거나 납입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문제 약관 손 놓은 금융위=대법원 판결에 따라 자살로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 계약은 280만건이 넘는다. 예컨대 일반 사망보험금이 1억원이라면 자살했을 때 재해사망보험금 2억원까지 총 3억원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이다. 이 280만건의 보험 계약은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의 자살을 방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체결된 보험 계약이라도 금융위원회가 나서 문제 약관을 소급해 변경하라는 명령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보험업법 131조에 따르면 ‘보험회사의 기초서류에 법령을 위반하거나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청문을 거쳐 기초서류의 변경 또는 그 사용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자살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3배로 늘어나 보험이 자살을 방조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보험계약자의 복지에 반하는 불리한 내용이니 수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약관 변경 명령권이 발동된 전례가 없다는 점과 소급 적용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는 점을 들어 문제 약관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약관 변경 명령은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을 불러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민한 사안”이라면서도 “자살했을 때 보험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보험계약자의 권리 보호에 맞는지 따져보고 보험이 도리에 자살을 조장하는 비극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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