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돈이 아니라 '위안부' 꼬리를 떼줘"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16.06.28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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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합의 6개월, 우리 사회는上] 70년 상처치유 목적 '위안부 합의' 상처만 남겨, 생존자 5명 별세

지난 9일 한국정신대문제대핵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기억재단)' 설립총회를 가졌다. 사진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설립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머니투데이DB지난 9일 한국정신대문제대핵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기억재단)' 설립총회를 가졌다. 사진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설립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머니투데이DB


지난해 12월28일 정부는 외교부 장관 협상을 통해 일본 정부와 '위안부 합의'를 단행했다. "70년도 넘은 아픔을 이제는 치유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는 "위안부라는 꼬리를 떼달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지만 이런 의견을 무시한 협상에 되레 상처를 입은 셈. 정부의 일방적인 합의에 항의하는 동안 생존 위안부 피해자 5명이 세상을 떠났다.



2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위안부 쉼터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김복동 할머니(91)는 "사죄도 없이 돈을 받아서 뭘 한다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해냈다.

김 할머니는 "정부가 피해자의 의견을 담았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우리에겐 한마디 얘기 없이 위안부 합의가 이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한을 풀고 싶으니 (일본 정부가) 사죄를 해야한다고 해야할 것 아니냐"며 "자기딸 끌고 가서 돈 한 푼 주면 좋아하겠냐"고 꼬집었다. 이번 합의에서 일본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도의적인 수준의 유감 표명에 그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의 위안부 합의 이후 6개월은 피해 할머니들에게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여기저기 할머니들한테 연락이 오는데 다들 합의에 반대하고 있다"며 "피해 할머니들이 어떻게 지내는 지도 모르면서, 어쩜 이렇게 무심하게 일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김 할머니의 말마따나 위안부 합의 이후 상처의 골은 더 깊어져 갔다. 피해자들과 정대협은 무효를 주장하며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위안부 비극의 상징' 소녀상을 중심으로 연일 집회가 열렸다. 피해자들은 "진정한 사과보다는 정치적 거래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따른 위안부 재단 설립 준비위원회 첫회의가 열리고 있다.  / 사진 = 뉴스1지난달 31일 서울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따른 위안부 재단 설립 준비위원회 첫회의가 열리고 있다. / 사진 = 뉴스1
일본이 제공키로 한 '10억엔'도 문제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사업을 목적으로 한국 정부가 설립할 재단에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했으나 '배상금'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배상금'으로 보고, 합의 이행을 강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첫 회의를 열고 '화해와 치유재단'(가칭)이라는 위안부 재단 설립작업을 진행 중이다. 피해자가 합의를 못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재단설립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더 벌어졌다.

결국 피해자들은 정부가 설립과정에서 "(자신들과) 접촉한 적도 없다"며 당사자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재단참여 반대를 분명히 했다. 동시에 정대협 등 시민단체는 이달 초, 시민후원금 10억원가량을 모아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기억재단)'을 발족했다.

재단 이사장을 맡은 지은희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사실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고 오만하게 이 문제를 피해자나 단체와 협의도 없이 졸속으로 협의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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