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 검찰만 할 수 있는 롯데 개혁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2016.06.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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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맑으면 갓을 씻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물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스스로를 모욕하면 남이 자기를 모욕하는 법이고, 한 집안이나 나라도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남들이 짓밟는다. 그래서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맹자’에 나오는 구절이다.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을 검찰이 전방위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총선에서 참패한 박근혜정부와 여당이 국면을 전환하고 집권 후반기 레임덕 방지를 위한 것이란 해석부터 전임 이명박정부를 겨냥한 수사라는 해석까지 다양하다.



홍만표 변호사 사건으로 검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국민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수사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정치적 해석들은 과거 다른 기업들 수사의 예에 비춰서도 나름 타당하다.

그럼에도 이번 수사의 본질은, 적어도 롯데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는 롯데 스스로 불러들인 측면이 훨씬 강하다. 아무리 봐주려 해도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추태를 보이는 게 롯데그룹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여론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폐쇄적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복잡하고 후진적 지배구조도 다른 기업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아버지와 아들, 형과 동생 등 가족간 경영권 갈등도 그 전개양상이 다른 기업에선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기업문화와 지배구조를 갖다 보니까 온갖 비리와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질 수밖에 없다.

롯데마트는 자체브랜드 가습기살균제에서 사망자를 포함해 40여명의 폐질환 피해자를 발생시켰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말 재승인받는 과정에서 고의로 비위를 저지른 임원을 누락시켜 프라임타임 영업정지라는 강한 제재를 받았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롯데면세점 입점을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앞뒀다.


부동산과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롯데는 여론에는 철저히 귀를 막지만 비자금을 동원한 로비에는 아주 강하다. 과거 박정희정권부터 전임 이명박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력과 우호적이었다.

롯데는 폐쇄적 기업문화와 후진적 지배구조는 물론 이런저런 비리에 대해 여론으로부터, 국회와 정부로부터, 검찰로부터도 수없이 경고를 받았지만 반성하고 고치려는 모습이 안 보인다.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 당시에는 신동빈 회장 편을 드는 계열사 사장들이 그렇게 신속히 대국민 사과를 하더니 이번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롯데케미칼의 미국 현지 에틸렌 생산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신동빈 회장은 웃는 모습으로 반성하는 자세는 보이지 않은 채 호텔롯데 상장 의지만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2011년 취임 이후 ‘글로벌 경영’을 화두로 내걸었지만 지금과 같은 기업문화와 지배구조, 후진적 경영행태로는 절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롯데의 최대 현안인 후계문제도 그룹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롯데의 온갖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은 대한민국 검찰이다. 검찰이 포스코나 KT&G의 전철을 밟지 않고 수사를 제대로 하고, 설령 신동빈 회장을 구속해서라도 롯데의 기업문화와 지배구조를 똑바로 세울 수만 있다면 정말 큰일을 하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롯데그룹의 미래는 롯데 스스로가 아닌 검찰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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