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는 왜 '납량' 특집이라고 부르나?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6.06.2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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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 43. 시원함을 뜻하는 말 '량'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사진=pixabay.com/사진=pixabay.com


덥습니다. 어디로 휴가를 가는지 주변 사람들과 얘기 나눌 때지요. 더위를 피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바다나 계곡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겠지만, 시원한 영화관에서 공포영화를 보는 것도 인기있는 방법입니다.

조만간 TV에서도 공포물이 많이 나올 텐데요. 그런 영화나 드라마엔 이런 말이 꼭 붙습니다. '납량특집'! 저도 아주 어릴 적부터 봐온 표현인데요. 발음도 어렵고([남냥]으로 읽음) 모양도 어색한 이 말,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콜라·사이다나 요즈음 인기있는 탄산수를 가리켜 청'량'음료라고 하는데요. 마시면 소화가 잘 되는 듯 '시원한' 느낌을 주지요. 여기서의 시원함을 가리키는 말, 납'량'에도 그대로 쓰였습니다. 납량의 뜻은 말 그대로 하면 '서늘함을 들인다'가 되는데요. 여름철에 더위를 피해 시원함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공포영화는 왜 '납량' 특집이라고 부르나?
위 설명으로 짐작되겠지만 여기서의 '납' 자는 들인다는 뜻인데요. '납'득한다, 용'납'한다 등에서도 쓰입니다.



그런데 납량이라는 말, 입에 잘 붙으시나요? 몇몇 인터넷 기사를 비롯해 인터넷에는 이를 '남량(×) 특집'으로 잘못 쓴 글이 꽤 보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발음도 어렵고 모양도 낯선 탓이겠지요. 대단한 뜻도 아닌데 굳이 이 낱말로 써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그냥 공포 특집으로 쓸 수도 있고, 단어 뜻을 살린다면 '오싹 특집' '싸늘 특집'처럼 좀더 입에 붙는 표현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대중들은 속 후련해지는 상황을 가리켜 "사이다"라는 표현을 쓰고, 반대로 속 답답해지는 상황에는 "고구마"라는 표현을 붙였습니다. 이처럼 뛰어난 대중들의 감각에 맞춰 '납량'도 좀더 나은 표현이 대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무리 문제입니다. 다음 중 더위와 관계없는 말은 무엇일까요?
1. 혹서  2. 피서
3. 서광  4. 소서(小暑)

공포영화는 왜 '납량' 특집이라고 부르나?
정답은 3번. 서광은 말 그대로 '새벽 빛'을 뜻합니다. '서광이 비친다'는 말 들어보셨죠? 희망이 보이는 상황일 때 이 말을 비유적으로 쓰기도 합니다.
 혹서는 심한 더위, 피서는 더위 피하기를 말합니다. 소서는 24절기 중 하나로 7월 7일 또는 8일입니다.(올해는 7일) 말 그대로 뜻을 풀면 '작은 더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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