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선제적 구조조정의 유인구조와 채권자 역할 강화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현 제도인 주채무계열제도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주채무계열 의무를 금융규제법에 명시하는 등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구조조정 관련 법제는 은행업감독규정(주채무계열) 은행업감독업무 시행세칙(신용위험 상시평가) 상법(분할 및 합병),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워크아웃)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법정관리, 일명 통합도산법)이 있다.
그러나 주채무계열제도는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게 단점이다. 2010년 현대그룹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에 반발했을 때 채권단이 법정공방에서 패소한 게 대표적 예다. 당시 주채권은행이던 옛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에 재무구조 평가 불합격 판정을 내리고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추진했지만, 현대그룹은 외환은행이 해운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재무구조 개선약정 체결을 거부했다. 법원은 은행법 등 법률에 근거가 없고 채권단의 제소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채권단과 현대그룹 간의 법정공방에서 현대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함께 그는 선제적 구조조정 강화를 위해 △통합도산법의 채권자 권한 강화 △기업 경영진의 충실의무위반 적용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합도산법의 기존관리인유지(DIP) 제도가 경영진의 부실책임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채무자 중심인 통합도산법의 채권자 권한을 강화, 경영진이 채권자 중심 구조조정 절차를 기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우리나라는 회사나 제3자에 손실을 야기한 결과에 대해서만 상법상 충실의무위반을 적용하지만 영국에서는 손실을 야기할 가능성을 초래하는 데 대해서까지 충실의무위반을 적용한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게 명백한데도 이를 회피해 부실위험을 높이 경우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