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벽지 관사 방치하다… 성폭력 사건 터지자 '은폐' 운운하는 교육부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16.06.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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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 "보고 의무 아니다"… 책임 요구하는 민원 빗발

 김동원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교육부-시·도교육청 도서 벽지 교원 근무환경 개선 대책 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최근 전남 신안군의 한 섬마을에서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 방안이 논의됐다. /사진=뉴스1  김동원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이 7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교육부-시·도교육청 도서 벽지 교원 근무환경 개선 대책 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최근 전남 신안군의 한 섬마을에서 발생한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 방안이 논의됐다. /사진=뉴스1


전남도교육청이 신안군에서 일어난 집단 성폭력 사안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자 "보고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며 반박하고 있다. 사실상 교육부가 교원의 성고충 사안에 대해 별다른 매뉴얼이나 지침을 내린 적도 없으면서 이제와 교육청에 은폐의혹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전남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신안군 섬마을 교사가 지역주민과 학부모에게 성폭행 당한 사건이 알려진 이후로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등에게 책임을 묻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을 '섬근무 경험이 있는 교육공무원'이라고 소개한 홍모씨는 "교육감님에게 눈물로 호소합니니다"라는 게시글에서 "교육감, 교육장, 교장, 교감 모두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사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 이모씨는 "선태무 전남도부교육감의 인터뷰를 봤다"면서 "만약 부교육감의 가족이 섬주민에게 이같은 범죄를 당한 걸 알았다면 어떻게 반응할 지 참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전날 선 부교육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이 의무적인 보고사항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전남도교육청이 이번 사안을 은폐했다는 주장은 교육부로부터 나왔다. 김동원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이 지난 7일 주재한 대책회의에서는 전남도교육청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2주 정도 후에야 사안을 교육부에 보고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교육부 역시 교원의 성폭력 피해 사안 보고에 대한 별다른 지침을 내린 적이 없기 때문에 전남도교육청에만 책임을 묻기도 힘든 상황이다.

현재로선 법적 성인인 교원이 입은 성폭력 피해 사안은 본인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 외에 학교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또한 교육부에 보고할 법적의무도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이 성폭력을 당했을 경우 관할청이 법적 지원 등을 해줄 수는 있지만 교육부에 보고를 하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설사 전남도교육청이 이번 사건을 은폐했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으며 도의적인 잘못을 묻는 것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역시 "2014년 교육부가 내려준 성폭력사안처리 가이드라인은 학생 간 성폭력 사안에 관한 처리 방법을 안내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부가 교직원의 성고충처리 매뉴얼을 내린 바는 있다"면서 "이번 사안과 같이 교사가 일반인에게 피해를 받은 사안을 보고하라는 지침은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여태까지 도서 벽지 관사가 몇 개인지도 모르는 등 방치하다시피 했던 배경까지 고려하면 이제와서 교육청에 '사건 은폐'를 운운하는 태도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는 큰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나가면 '중대사안'으로 인식하고 교육청에 보고를 요청한다"며 "중대사안이라는 말 자체도 모호하며 그러는 교육부는 청와대에 모든 사건을 보고하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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