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후 발표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조선·해운업을 비롯, 철강·건설 등 경기민감업종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별 영향을 분석한 결과 산은과 수은에 총 5∼8조원 수준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산은과 수은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을 각각 13%, 10.5% 충족해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펀드 규모는 당장은 충분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빅3 중 한 곳인 대우조선해양 여신에 20%의 충당금을 쌓고, 수은이 2조 이상 여신을 제공한 성동조선해양에 100%의 충당금을 쌓는 가시적인 상황 중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도 마련된 펀드의 3분의 1 정도만이 소요돼 당장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조달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산은이 대우조선에 제공한 여신액은 6조3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는데, 이 중 20%(1조2600억원)를 충당금으로 쌓는다면 법인세 효과(25%)를 제외한 9450억원 만큼 이익잉여금이 줄어든다. 단 산은은 1분기 말 BIS 비율이 14. 34%로 정부 마지노선(13%) 대비 여유가 있어 당장 펀드를 이용해야 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당장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게 아닌만큼 11조원 규모는 현재로선 충분하다고 본다"며 "코코본드를 통한 자본확충은 시장에서 할수도, 자본확충펀드를 통해서 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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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본확충이 시급했던 수은엔 정부가 1조원을 별도로 현물출자해 11%대의 자본비율 달성이 가능해졌다. 수은은 최근 산은으로부터 5000억원을 현물출자 받고 정부로부터 올해 중 1조원의 현물출자를 받기로 했다. 수은의 올 1분기 말 기준 BIS 비율은 9.89%인데, 일단 1조5000억원을 수혈 받으면 당장 BIS비율을 1.2%포인트(p) 끌어올려 11%대로 높일 수 있다.
다만 올해말까지 수은의 위험가중자산이 지난해(15조1841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가정하고 달러 자산이 대부분인 수은에 환율 상황이 불리(원화 약세 시 BIS 비율 하락)하게 움직인다면 구조조정 진행 상황과 상관없이 수은이 10.5%의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선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