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경영 시험대 오른 신동빈…신영자 파문 어떻게 극복하나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16.06.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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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 회장, 경영권 분쟁 이후 강조한 '투명경영' 소신 기로…신 이사장 입김 떨쳐낼 방식 주목

지난 4월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76층에서 열린 롯데월드타워 상량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아래 왼쪽 5번째)과 신영자 롯데문화재단이사장(아래 오른쪽 맨 끝'이 함께 참여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지난 4월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76층에서 열린 롯데월드타워 상량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아래 왼쪽 5번째)과 신영자 롯데문화재단이사장(아래 오른쪽 맨 끝'이 함께 참여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투명경영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누나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관련돼 검찰 소환을 앞둔 가운데 '소유와 경영분리'를 강조해 온 신 회장 소신이 기로에 섰다는 평가다.

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신 이사장 의혹과 관련, 별다른 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입점 로비 의혹이 롯데의 문제라기 보다는 (신 이사장)개인 문제지만 롯데면세점이 거론되고 있는데 신 회장이 언급하면 그룹이 연계됐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별다른 발언을 하지는 않지만 머릿속은 꽤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롯데그룹 개혁 일환으로 '가족의 경영 참여 분리'를 앞세운 마당에 신 이사장 비리 의혹이 불거져 '핏줄과 원칙'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그룹과 재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신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신 이사장의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배제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혐의가 확정되면 신 이사장을 계열사 등기 임원에서 물러나게 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알려졌다.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대홍기획, 롯데리아, 롯데재단 등 8개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신 이사장은 경영권 분쟁 초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에 힘을 실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신 회장과 밀접한 관계가 유지되면서 계열사 등기임원직을 유지했다. 호텔롯데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은 임기 만료로 등기임원에서 배제됐지만 신 이사장은 재신임을 받아 건재를 과시했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신 이사장 거취 문제에 대한 입장을 이른 시일 안에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룹으로 문제가 확대되기 전에 '차단' 차원에서 신 회장이 전격적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며 "신 이사장이 검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롯데면세점 등에서 신 이사장의 입김을 몰아내고 투명경영을 이뤄낼 지도 관심이다. 신 이사장 아들 장모씨가 100% 지분을 가진 비엔에프 통상은 해외 유력 명품을 롯데면세점에 공급해 덩치를 키웠고, 정운호 네이쳐리버블릭 대표의 신 이사장에 대한 자금 창구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과 자녀가 100% 지분을 가진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도 롯데그룹에는 부담이다. 이 업체는 신 이사장이 55%의 지분을 보유해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돼 있다. 부동산임대업이 주목적인데, 비앤에프통상이 운영하는 명품 스파매장 'SK-II 부띠끄 스파'가 입점한 건물을 운영한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3월말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해당 건물을 195억원(자산 총액의 91.2%)에 매각해 의문을 자아낸다. 자본금 5억원으로 2010년 설립한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이 건물을 구입한 과정도 석연치 않다. 200억원을 1% 이자로 '개인'에게 빌려 건물을 구입했고, 비엔에프통상이 고급 부띠끄 스파를 운영했다.

개인이 200억원이라는 금액을 '무상원조' 수준의 이자만 받고 자금을 대준 이유가 모호한 가운데 롯데그룹 계열사로 분류돼 있다는 점은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신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신 이사장과 고리를 떨쳐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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