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통' 홍만표, 檢 조사서 탈세 인정…"참담하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김종훈 기자 2016.05.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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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보)검찰 떠난 지 5년 만에 '피의자' 신분 조사…구속영장 청구 불가피할 듯

27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홍만표 변호사/사진=뉴스127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홍만표 변호사/사진=뉴스1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가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홍 변호사는 '사건 부당 수임' 등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면서도 탈세 혐의는 검찰이 파악한 선에서 인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홍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된 의혹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



주무검사인 고형곤 부부장검사가 조사를 하고 있으며 홍 변호사는 자신이 선임한 김기표 변호사와 동석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를 역임한 바 있다. 검찰 특수부 선후배들이 '창'과 '방패'로 마주앉게 된 것이다.

홍 변호사는 조사에 앞서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이원석 특수1부장이나 이동열 3차장과는 따로 만나지 않았다.



그는 적극적으로 진술을 펴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날 오전 9시50분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5분가량 자신의 입장을 전달했다. 혐의와 관련해선 차분히 대답하면서도 심경을 묻는 말엔 잠시 머뭇거리다가 "참담하다"고 했다.

홍 변호사가 검찰을 떠난 지 5년 만에 후배 검사에게 수사를 받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를 둘러싼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되면서다.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뒤 전관(前官)으로서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 2014년 도박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홍 변호사는 이에 대해 "몇명의 변호사와 협업하고 절차를 밟은 것이어서 영향력 행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홍 변호사는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과 그의 부인인 이혜경 전 동양 부회장 등 여러 건의 형사사건을 맡으면서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전화 변론' 등으로 막후에서 활동했다는 의혹도 있다.

후배 변호사 이름으로 사건을 편법 수임한 정황도 포착됐다. 2012년 임석 솔로몬금융그룹 회장 사건을 후배인 유모 변호사 이름으로 맡아 수임료 7억원 중 절반인 3억5000만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 활동을 하는 것은 변호사법상 과태료 부과 대상에 불과하지만 홍 변호사가 세무 신고를 누락했을 경우 탈세 혐의가 적용된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탈세 혐의 입증에 주력해왔다. 홍 변호사가 부당하게 챙긴 수임료를 자신이 운영하는 부동산 관련업체 A사로 빼돌리고 세금을 탈루한 것은 아닌지 들여다본 것이다.

홍 변호사는 "각종 의혹에 대해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신속하게 수사가 마무리되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언론에서 제기한 '몰래 변론' 의혹은 상당부분 해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세 혐의와 관련해서는 "퇴임 이후 변호사로서 주말이나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다 보니 다소 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검찰 조사에서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 변호사와 정 대표, 그리고 그 사이 다리 역할을 했다고 전해지는 브로커 이민희씨(56) 사이 대질 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홍 변호사와 정 대표는 수임료 액수를 두고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이씨는 도피 중에 홍 변호사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말 맞추기'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사건 소개 대가로 알선비를 주고받았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의 범위가 방대하고 준비된 질문이 많아 조사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홍 변호사에 대한 재소환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의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검찰은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신병이 확보된 최유정 변호사(46·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이날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 첫 기소다.

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 최 변호사는 정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실질 대표 송모씨(40)에게 "재판부에 로비를 해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뒤 각각 50억원의 수임료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최 변호사의 구속만기일을 고려해 우선 재판에 넘겼지만 수임내역에 대한 수사는 계속해서 벌이고 있다. 탈세 등 혐의가 드러난다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사건 의뢰인에게 집행유예를 약속한 부분 등에 대해 사기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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