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매미' 주의보, 불청객 어쩌나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6.05.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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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여파로 펀드매니저·애널리스트 출신 개인투자자 늘어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앞당겨진 더위 만큼이나 철이른 매미들에 시달리고 있다. 매미는 증권업계 구조조정에 따라 자의반 타의반 회사를 떠난 매니저 출신 개인투자자(일반 개인투자자들이 개미로 불리고 있는 것을 빗댄 말)들로 이들이 기관투자자 대상 행사에 빈번히 나타나면서 정작 행사 고유의 성격까지 훼손되고 있다는 탄식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 증권사는 최근 여의도 본사에서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 설명회를 열었다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설명회는 사전 신청자만 참석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오는 불청객들이 너무 많았던 것. 대표적인 이들은 매니저(매미) 또는 애널리스트 출신 개인투자자(속칭 애미)들이었다.



참석자가 많아지면서 사전 신청자가 자리에 앉지 못하거나 질문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A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설명회가 끝나고 난 뒤 '다음부터는 당일 참석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프린트물을 모든 참석자에게 배부했다. 하지만 이전까지 안면이 두터웠던 전직 펀드매니저들을 박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게 증권사 쪽 토로다.

B 증권사도 올 초 기관투자자를 위한 리서치 포럼을 개최했다가 비초청 고객이 늘어나자 참석을 자제하는 안내 문구를 돌렸다. 해당 증권사들로써는 주요 고객을 우선시하는 고육지책이었지만 '투자자를 무시한다'는 말을 들을까봐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었다. '주문을 넣는 큰손 고객이 아니라는 이유로 문전 박대했다'거나 '베스트 애널리스트 투표 결과를 지켜보자'는 식의 뒷말이 돌기 시작했다.



비단 설명회뿐만이 아니다. 펀드 매니저들이 기업 탐방을 갈 때도 리서치센터가 일정을 사전 조율하고 비용을 대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 되고 있다. C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독립계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지만 제대로 '비용'을 내고 기업 탐방이나 리서치를 하고 있는 곳이 얼마나 있느냐"며 "어떠한 기관도 무임승차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고 토로했다.

최근 들어 리서치센터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데는 수년째 박스권 장세로 증권사 수익이 감소한 데다 고액연봉 시비까지 불거지며 애널리스트 인력이 줄어드는 원인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으로 펀드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이 회사를 이직하면서 전업투자자로 나서는 것이다.

D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에서는 기업보고서도 유료지만 국내는 무료로 공개하고 있어 리서치센터의 수익성을 계산하기 힘들다"며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리서치센터의 규모도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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