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알리안츠생명 '공짜M&A'…매각액 35억은 중개료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6.05.27 16:40
글자크기

中 안방보험 버티자 매각주관사 JP모간이 인수대금 '1달러 포함 중개료 300만 달러'

알리안츠생명 사옥 전경알리안츠생명 사옥 전경


중국 안방보험이 국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면서 지불한 300만달러(35억원)가 인수대금이 아니라 우회적으로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매각대금으로 알려진 300만달러가 매각주관사인 JP모간으로 넘어간 만큼 독일 알리안츠 본사와 안방보험은 거래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무자본 M&A(인수·합병)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27일 M&A업계에 따르면 독일 알리안츠는 한국법인을 매각하면서 안방보험으로부터 받은 300만달러를 고스란히 매각주관사인 JP모간에 넘겼다. 거래 관계자는 "중국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실사한 이후에 돈을 주고는 살 수 없다고 버티면서 매각금액을 지불하지 않고 회사를 넘기는 이른바 '1달러 M&A'가 이뤄진 것"이라며 "수개월 동안 일해준 JP모간에 중개수수료를 주기위해 300만달러의 매매대금을 책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알리안츠는 지난해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하고, JP모간을 매각주관사로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에 대한 원매자를 물색해 왔다. 하지만 국내 생명보험 시장의 급격한 위축과 경쟁심화, 자산부실화 등으로 기대했던 '매각자 우위의 시장(Seller's market)'은 조성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동양생명보험을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은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유일한 인수후보였다. 안방보험이 수개월 간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꼼꼼이 들여다보면서 실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런데 안방보험이 돌연 매매대금을 한 푼도 지급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나타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통한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의 매각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고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알리안츠의 입장이 곤란해졌다"며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을 인수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자세로 바뀌었다"고 술회했다. 안방보험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금융사의 무분별한 해외자산 확대와 외화반출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이유로들며 인수에 난색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안방보험의 입장이 돌변하자 더 급해진 것은 주관사인 JP모간이었다. 거래가 수포로 돌아가면 수개월을 일하고도 자문 수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때 JP모간이 내놓은 것이 거래대금이 없는 무자본M&A다. 무자본M&A는 해당자산을 빨리 팔고 싶어하는 매각자와 시너지 효과가 있는 자산을 비용없이 인수하고자 하는 매수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거래형식이다. 형식적인 거래인 만큼 거래대금을 1달러로 하는 경우가 많아 '1달러 M&A'라고도 불린다. 알리안츠는 부채가 많은 알리안츠생명을 매각하고 싶어했고, 안방보험은 동양생명보험과 결합할 경우 부채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그런데 JP모간에게 수십억원의 자문료를 어떻게 지급해야할지가 문제였다. 안방보험은 거래대금을 내지 않겠다고 버티는 상황이었고, 알리안츠는 1조3000억원을 투자하고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고 철수하는 상황이어서 자문료를 요구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던 것.


이 때 JP모간은 양 측에 거래대금을 1달러가 아니라 자문수수료를 포함한 300만달러로 하자는 제안을 한다. 국내에선 무자본M&A가 생소한 만큼 거래대금을 1달러로 할 경우 당국이 규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묘책이었다. 거래 관계자는 "두 회사가 이에 동의를 하면서 JP모간이 거래금액을 300만달러로 적시하고 이 자금을 알리안츠가 JP모간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구조화했다"고 설명했다.

동양생명 차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