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과학]아인슈타인 가라사대

머니투데이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학과 교수 2016.05.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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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과학자는 아인슈타인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빛의 광량자설, 브라운운동, 특수상대성이론에 대한 논문들을 제출하는 데, 이들 하나하나가 과학혁명이라 부를 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유엔(UN)은 이를 기념해 100주년이 되는 2005년을 ‘세계 물리의 해’로 지정했다. 작년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100주년이 되는 해로 많은 행사가 있었다. 그 백미는 영화 ‘인터스텔라’가 아니었을까싶다.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하는 결과 가운데 하나인 중력파의 발견으로 과학계는 아직도 들떠있다. 이 모든 것이 아인슈타인이라는 한 과학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대 과학의 주요쟁점들 가운데 아인슈타인과 관련이 없는 것은 찾기 힘들다. 양자역학은 빛이 파동과 입자의 성질의 모두 가진다는 광량자설로부터 시작됐다. 전자가 파동이라는 드브로이의 물질파이론의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도 아인슈타인이었다. 일반상대론이 없었으면 빅뱅이론은 근거 없는 이론이 된다. 그가 발견한 유도방출은 레이저의 기본원리가 되는 이론이다. 양자역학에 대한 그의 집요한 공격에도 양자역학은 건재했지만, 그의 공격이 아니었으면 오늘날 양자정보라는 분야는 존재하지 않을 거다.

아인슈타인은 위대한 과학자였지만, 한 인간으로서도 많은 이들의 흠모를 받았다. 특히, 그의 소탈한 성품은 항상 화제였다. 헝클어진 머리, 수수한 옷차림, 옷깃에 찔러 넣은 펜,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표정. 하지만 전쟁과 핵무기, 빈부격차, 인종차별 등에 분명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용감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말은 어록이 되어 책으로 출판되었을 정도다.



나 같은 물리학자가 대중강연 할 때, 아인슈타인이야말로 인용하기 딱 좋은 과학자인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한 말들 가운데 우리사회가 곱씹어 볼 만한 것들이 많다. “교육의 목표는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생각하지만 공동체를 위해서 일하는 것을 인생에서 가장 고귀한 업적으로 여기는 개인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작년 필자는 ‘교육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라 독립’이라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다. 행복이 무엇인지는 아이가 독립한 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독립할 뿐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일하는 것을 가장 고귀한 것으로 여기라는 것이다. 이 표현에는 미묘한 것이 있다. 공동체를 위해 살라고만 한 것은 아니다. 본인이 이런저런 이유로 그렇게 살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라는 말이다. 그러면 그것을 실천하는 다른 이를 볼 때, 적어도 그를 존경하게 될 것이다.

“선생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것은 지식과 이해 자체가 아니라, 지식과 이해에 대한 갈망, 그리고 예술, 과학, 도덕 같은 모든 지적 가치를 음미하는 능력이다.” 정보화 시대에 이 말은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온다. 지식은 인터넷에 다 있다. 인간이 할 일은 이것들의 가치를 음미하는 능력이다. 사실 지적 가치를 갈망하고 음미할 줄 아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쉬면서 하라고 말려야 할 거다. 대학입시 핑계는 그만하자. 현실은 현실일 뿐이다. 무엇이 옳은지는 다른 문제니까.


끝으로 아인슈타인이 생각하는 가르침의 참모습이다. “가르침이란 상대가 그것을 귀중한 선물로 여겨야 하지 고된 의무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지난 1년간 머니투데이에 칼럼을 연재해 왔다. 나에게는 때로 고된 의무였지만, 독자들이 그것을 귀중한 선물로 여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맛있는 과학]아인슈타인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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