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년간 모녀 괴롭힌 '전과7범 이웃', 폭행에도 경찰 "불구속"

머니투데이 윤준호 기자 2016.05.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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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2급 엄마 '전치 6주' 진단에도 경찰 "반성해 구속 안 해", 추가 협박 '방치'…檢 "모녀 보호 위해 구속"

[단독]1년간 모녀 괴롭힌 '전과7범 이웃', 폭행에도 경찰 "불구속"


모녀가 단둘이 사는 집에 이유 없이 찾아와 폭언, 폭행을 일삼던 5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장애를 가진 엄마는 남성에게 맞아 중상을 입었고, 계속된 괴롭힘에 시달린 딸은 원형 탈모까지 얻었다. 보다못한 다른 이웃들이 탄원했지만 경찰은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폭행 후에도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 보호를 위해 검찰이 구속한 후에야 모녀는 1년 넘게 지속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대현)는 폭행·상해 혐의로 송모씨(56)를 지난 3일 구속 기소했다. 송씨는 지난달 4일 저녁 8시30분쯤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 아파트에서 같은 층에 사는 이웃 주민 이모씨(61·여)를 밀쳐 넘어뜨린 후 수차례 주먹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진폐증으로 인한 호흡기 장애 2급 수급자로, 합병증을 앓아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다. 올해 스무살 된 딸과 현재 사는 곳으로 이사온 때는 2011년이다. 2014년말 같은 층으로 이사온 송씨가 모녀를 괴롭히기 시작한 건 지난해 3월부터다.

처음엔 폭언으로 시작했다. 술을 마신 송씨는 이따금 이씨 집앞에 찾아와 돈을 요구하거나 욕을 퍼부었다.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모녀가 윽박지르면 겁을 먹고 도망가기도 했다. 송씨와 같이 사는 어머니가 미안하다며 사과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괴롭힘의 정도는 심해져 지난해 11월부터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씨 집을 찾아왔다. 폭언은 거칠어졌고, 문을 열고 들어오려한 적도 여러번이었다. 인근 사회복지관이 소식을 듣고 30명의 이름으로 탄원까지 넣었지만 경찰은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지난달 4일, 경찰이라며 찾아온 송씨에게 속아 문을 열어줬던 이씨는 손찌검을 당했다. 온몸에 멍이 들었고, 왼쪽 갈비뼈가 부러지는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어 한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1년 넘게 괴롭힘에 시달린 딸은 스트레스성 원형 탈모로 치료중이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송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사흘뒤 검찰에 송치했다. 송씨를 구속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었고, 조사 당시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드러난 범죄 사실만 봤을 땐 죄질이 무겁지 않고, 재범 가능성도 적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검찰은 수차례 소환조사를 통보했지만 송씨는 3주가 되도록 단 한번도 부름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송씨가 오랜 기간에 걸쳐 이씨 모녀를 위협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또 검찰의 출두 요청은 무시하면서 이씨 모녀 앞엔 수시로 나타나 겁을 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송씨를 구속했다. 폭력 전과 7범으로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송씨를 그대로 내버려뒀다간 이씨 모녀가 다칠지도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송씨에 대한 첫 재판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렸다. 검찰은 "폭행 당일 오전에도 이씨를 찾아가 오른팔을 비틀고 넘어뜨리는 등 폭행했고, 이후 반성하거나 합의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법정에 선 송씨는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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