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서부 악토베에 위치한 악자르 광구의 한 육상광구 시추공에서 물과 모래가 섞인 원유가 솓아오르고 있다./사진=유영호기자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1979년 3월 한국석유개발공사로 출범했는데, 해외에서 원유를 확보(비축)해 대한석유공사(유공, 현 SK에너지) 등에 원활히 공급하는 것이었다.
홀로 남은 석유공사는 상류(업스트림) 사업만 가진 이른바 '독립계' 기업이 된다. 에너지·자원산업은 '스트림(Stream)'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유·가스전을 탐사하고 개발하는 분야를 상류(업스트림), 원유 등을 제품으로 가공·판매하는 분야를 하류(다운스트림)이라 부른다.
반대로 유가가 상승할 때는 하류 부분의 마진은 악화 되지만 상류 사업의 수익으로 이를 상쇄한다. 그렇기 때문에 상·하류를 동시에 갖고 있지 않은 에너지 기업들의 변동성은 클 수밖에 없다.
석유공사의 경우가 그렇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4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유가하락에 따른 영업손실·평가손실 등이 주요 이유다. 석유공사의 실적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면 흑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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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경쟁력을 가진 석유개발기업이 탄생하려면 유공을 민영화할 게 아니라 석유공사와 통합해 한국전력 식으로 지분 49%만 매각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과거 석유공사는 경인에너지(현 SK인천석유화학)를 인수해 수직계열화를 시도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이처럼 상하류를 한데 모아 놓을 필요성에서 정부는 안정적 현금창출이 가능한 도매사업을 보유한 가스공사에 자원개발 기능을 통폐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가스공사가 석유공사의 부실 해외 자산을 떠안게 되면 가스공사의 재무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며 "이 경우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현금 유출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산업적 특성을 고려할 때 저유가 흐름 속에서의 인위적 구조조정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 정부가 2004년 대규모 부실을 이유로 일본석유공단(JNOC)을 해체했던 게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달대로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일 때였고 청산한 부실자산들은 유가가 정상화되면서 대부분 우량자산으로 탈바꿈해 섣부른 구조조정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영기 중앙대 명예교수는 "자원개발은 사업주기가 길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손실이 발생한다고 마구자비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사이클이 변하는 시점이 왔을 때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 정부가 어떻게 액션을 취하겠다는 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자원개발 시스템을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에 대한 정부안을 확정해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