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 남편·아들…남자는 여자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머니투데이 용환오 기자 2016.05.2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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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가 남편있는 여성보다 더 건강…집안일에 대한 스트레스

편집자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정보와 감동을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좁게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가족, 이웃의 이야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사진=픽사베이/사진=픽사베이


[e런 세상] 남편·아들…남자는 여자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남자는 여자를 정말로 귀찮게 하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노래방을 가면 어머니는 가수 문주란의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를 부르시곤 했습니다. 당시엔 생각 없이 흘려듣던 노랫말을 나이가 들어 다시보니 어머니 당신에겐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노래였던 것 같습니다. 노래의 한 구절은 이렇습니다.

이제는 달라졌어 그이는 나보고 다해 달래
애기가 되어 버린 내사랑 당신 정말 미워 죽겠네




남자는 여자를 정말 귀찮게 하는 존재일까요? 지난달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남편과 사별한 여성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탈리아 파도바대 연구진이 65세 이상 이탈리아 남녀 1천887명을 대상으로 4년 6개월간 연구한 결과 과부가 남편이 있는 여성보다 덜 우울하고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아내와 사별한 남성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아내의 존재가 가정일과 건강 관리 면에서 남편에겐 혜택을 주지만 아내는 집안일에 구속 또는 좌절을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리꾼들은 "결혼하고 아들 하나 생기는거랑 비슷하지", "남편까지 신경 쓸 바엔 혼자가 여자 입장에선 낫겠지"라며 공감했습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사진=온라인커뮤니티
그렇다면 남편만 스트레스(?)의 주범일까요? 아들 또한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아들 키우는 엄마가 빨리 늙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화제였습니다.


사료를 개와 함께 먹거나, 급경사로 앞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탈 준비를 마친 아이의 모습 등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는 아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실제로 아들 키우는 엄마의 평균수명이 딸을 키우는 엄마보다 짧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핀란드 투르쿠 대학의 연구진이 핀란드의 인구통계학적 자료를(17~20세기의 여성 1만1166명, 남성 6360명) 분석해보니 아들을 많이 낳을수록 엄마의 수명은 짧아지는 반면 딸은 몇 명을 출산하더라도 수명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남성의 수명엔 변화가 없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규명되지 않았으나 연구진은 아들의 양육과정이 더 힘들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반대로 딸은 어느정도 크면 엄마의 집안일을 더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엄마의 수명 연장에 기여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진=통계청/사진=통계청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공개한 '2015 일·가정양립지표'에 따르면 맞벌이 여성이 남성보다 5배 더 집안일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맞벌이 가구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14분, 남성은 40분이었습니다. 비맞벌이(외벌이) 가구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은 47분으로 맞벌이 가구 남성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남성들은 집안일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공평하게 분담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13살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집안일 분담에 대한 '견해'를 물어보니 응답자 42.7%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가사분담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집안일을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고 밝힌 남성은 16.4%에 그쳤습니다. '부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80.5%나 됐습니다. 부부 10쌍 중 8쌍은 아내가 가사일을 전담하거나 주로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생각과 행동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즘 워킹맘들은 '회사 퇴근 후 집으로 출근'한다고 합니다. 자의든 타의든 여성도 일하는 시대가 됐지만 가사노동은 아직도 여자들의 주 업무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죠. "맞벌이하면 남자들은 편해지지만 여자들은 점점 더 피폐해진다"는 누리꾼의 댓글에 공감이 갔습니다.

다년간 자취생활을 통해 가사노동의 고됨을 체득하고 결혼했지만 아직도 저는 집안일에 수동적인 것 같습니다. 남편과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인 아내에게 무엇을 도와줄까하고 물어봤습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양말이나 똑바로 벗어."
아내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사소한 것부터 신경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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