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파문 확산에도…침묵하는 코스트코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16.05.1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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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성 입증 PHMG 사용 PB상품 '가습기 클린업' 판매했지만 '나몰라'…피해자모임 "검찰 추가 수사해야"

가습기살균제 파문 확산에도…침묵하는 코스트코


가습기 살균제 파문이 커져가고 있지만 코스트코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코스트코 역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PB(주문제작 상품)로 유해성이 입증된 PHMG계열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지만 무대응·무반응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검찰이 '사각지대'에 방치된 코스트코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이 제기됐다.

코스트코는 2008년 '가습기 클린업'이라는 PB상품을 내놓고 판매했다. 글로엔엠(현 제너럴바이오)에서 제조한 가습기 클린업은 나무가 병충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내뿜는 자연물질 '피톤치드' 성분을 강조하며 코스트코를 통해 유통됐다.



가습기 클린업은 2011년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와 동물흡입실험 결과 위해성이 확인돼 수거 명령을 받았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폐섬유화를 유발하는 PHMG(폴리헥사메탈린 구아니딘 글로라이드)계열 가습기 살균제 6종에 대한 판매중단·회수 조치를 내혔다.

지난 2월 검찰 수사팀은 옥시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제조·유통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최근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롯데마트 PB제품)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 가습기살균제 등 4개 제품이 폐손상을 유발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같은 PHMG계열의 코스트코 '가습기 클린업'은 수사 대상에서 벗어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속도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대기업 계열 유통회사나 제조사로 대상을 좁힌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트코가 글로벌 대형 유통기업이지만 검찰이 정확한 현황을 몰라 뒷전으로 밀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서 제외되면서 코스트코는 사과·보상 등에서 자유로운 상태다. 실제로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들은 사과와 보상을 약속하며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코스트코는 사과는 커녕 불매운동이 거센 옥시제품 할인행사를 버젓이 진행하며 강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은 3월23일 코스트코에 대한 고소장을 추가 제출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검찰 수사가 모든 제조·판매 업체로 확대돼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코스트코를 비롯한 모든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파문 확산에도…침묵하는 코스트코
코스트코는 미국계 글로벌 대형마트다. 2015년 전 세계에서 매출 1161억9900만 달러(136조109억2950만원), 영업이익 36억2400만 달러(4조2418억9200만 원)를 기록했다.


1998년 5월 한국에 설립된 코스트코코리아는 미국 코스트코 홀세일 인터내셔널이 지분 96.7%를 갖고 있다. 코스트코는 회원제를 통한 창고형 할인매장으로 운영된다. 개인회원은 3만5000원을 내고 가입해야 이용할 수 있지만 대량 구매가 쉽고, '커클랜드'라는 차별화된 PB상품 등으로 미국 유학생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져 인기를 모았다.

국내 대형마트 매출이 정체에 빠졌지만 코스트코코리아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전국 12개 매장에서 올리는 매출이 2010년 1조5790억원에서 지난해 3조2000억원으로 102.7% 상승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매장 116개) 매출이 9.6%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같은 PHMG계열 살균 원료를 사용한 PB제품을 유통시켰는데도 검찰수사에 제외돼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피해자모임이 추가 고발장을 낸만큼 코스트코도 철저히 수사해야 당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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