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잡아라]K팝에 열광하는 그들에게 '이슬람포비아' 색안경이라니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김유진 기자 2016.05.1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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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중동·이슬람 문화에 대한 '무지' 팽배…음식점·콘텐츠 등 홍보 넘어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중동을 잡아라]K팝에 열광하는 그들에게 '이슬람포비아' 색안경이라니


1970, 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했던 한국 노동자들은 탁월한 근면성으로 현지 중동인으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그 이후 중동인들은 경제적 관계에서 얻은 좋은 한국의 이미지를 문화적으로 확대해 케이팝과 드라마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종교가 다르고, 문화도 다른 중동은 이미 문화적 개방성에 인색하지 않았던 셈이다.

올해 9회째 국내에서 아랍문화제를 여는 주최 측 한국-아랍소사이어티 관계자는 “이란이나 이집트에선 ‘대장금’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케이팝에 관심을 갖고 동호회를 구성할 정도로 다른 문화를 충분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이슬람 국가라고 해서 엄격하다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며, 되레 한국보다 더 자유롭고 문화적 포용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동, 그리고 이슬람 국가에 대한 한국의 인식은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IS의 위협이 거세지면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들을 중심으로 ‘무슬림 결사반대’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황금알’로 비유되는 중동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 정책에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아랍소사이어티를 통해 한국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 청년들이 한식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아랍소사이어티<br>
한국아랍소사이어티를 통해 한국을 찾은 사우디아라비아 청년들이 한식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아랍소사이어티
중국 관광객보다 씀씀이가 큰 VIP 고객인 중동 관광객을 잡기 위해선 중동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관광공사 아시아중동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관광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무슬림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고, 다큐멘터리도 만들어 방송하는 등 인식개선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을 계기로 주요 중동 관광객의 범위를 걸프 지역 6개국 모임인 GCC국가(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 이란까지 포함해 적극적으로 한국 알리기에 나섰다.

"270조 시장의 37% 지출하는 중동"…무슬림 인식 개선부터

이미 2014년부터 이란 3개 도시(테헤란, 쉬라즈, 이스파한)를 돌며 여행업계와 현지 관광객을 연결해주는 교류의 장을 만들었고, 소득수준이 높은 GCC 국가 중심으로 고가상품을 개발하는 등 다각화 전략에도 손을 뻗쳤다.


무슬림 관광시장의 규모는 2014년 1420억 달러(약 166조 6370억원)로 전 세계 관광시장의 11%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엔 2330억 달러(약 273조 4255억원)로 시장의 13%까지 점유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의 경우 무슬림 관광객은 2010년 38만 명 선에서 4년 만에 2배 가까운 75만명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난 5년간 연평균 19.8%의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전체 한국 관광시장의 5.3%에 그쳤다. 전 세계 관광시장의 12%를 점유하고 있는 무슬림 관광시장 규모와 비교해 볼 때, 아직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인 셈이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페스티벌에서 열린 '제9회 아랍문화제' 행사장에서 관람객이 아랍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아랍소사이어티<br>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 C페스티벌에서 열린 '제9회 아랍문화제' 행사장에서 관람객이 아랍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아랍소사이어티
이희열(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 세종사이버대 교수는 “중국, 일본에 쏠려있는 관광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중동 등 잠재력이 높은 무슬림 국가의 관광정책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데도, 관광분야 종사들이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상태여서 무슬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국가로 인식되는 경향이 높다”며 “무슬림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및 이슬람 권역별 투어 프로그램의 개발 등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무슬림 인구의 3%에 불과한 GCC국가가 전체 무슬림 소비지출의 37%를 소비하는 점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중동은 의료관광 및 중동건설, 한류 등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편”이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모습이 아닌, 할랄 인증 제도 정착이나 전통문화의 콘텐츠 확충 등 근본적인 인프라 구축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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