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한 지난 2일(현지시각). 수도 테헤란 밀라드타워에서 열린 케이컬쳐 전시에서 이란 사람들이 김치 등 한식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제공=해외문화홍보원
이란은 특히 ‘숨겨진’ 한국 관광의 보고(寶庫)다. 태권도를 배우는 인원만 약 200만 명이나 되고, 드라마 ‘대장금’ 시청률이 86%에 이를 정도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기 때문.
무엇보다 이란의 문화 콘텐츠 시장은 올해 82억 달러(약 9조 5628억원)로 추산되며 최근 5년 전부터 매년 10%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고 있다.
지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의료 관광. 무역협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아랍에미리트(UAE) 환자가 2014년 기준 1인당 평균 진료비 1771만원으로 외국인 환자 가운데 가장 많은 진료비를 썼다. 같은 해 한국 방문 최다 환자는 중국인(7만 9481명)이었지만, UAE 환자의 1인당 평균진료비는 중국(177만원)의 8배 이상 높았다.
무역협회 측은 “중동 지역의 높은 인구율과 기름진 식습관, 잦은 성인병 발병률로 해외 의료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매년 중동 지역 국민 수십 만 명이 치료 목적으로 해외 의료 관광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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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운영하는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왕립병원) 개원식 직후 성명훈 원장(가운데)이 쉐이크 사우드 라스알카이마 통치자(왼쪽)와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UAE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오른쪽) 등 귀빈들을 안내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중동의 경우 치료 목적의 자국민 의료 관광에 대해 국가가 치료비는 물론, 항공료, 숙박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저가 항공편이 증가하면서 의료 관광의 문턱도 낮아졌다. 한국은 의료 관광의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무역연구원 조사 결과 지난 4년간 중동의 의료 관광객 수는 연평균 54.7%씩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 아시아중동팀 관계자는 “의료 관광 부분은 소수의 부유한 관광객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 의료 콘텐츠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한국 자체에 대한 인지도를 넓히는 홍보 작업 등을 함께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 2일 저녁(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한-이란 문화공감' 공연을 관람하러 온 이란인들이 손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해외문화홍보원
게임, 사극, 음악 등 한류 콘텐츠 '인기' 부상…시장 공략 '일원화'필요
안석준 CJ E&M 음악사업부문 대표는 “중동 관객은 이미 마돈나 공연을 직접 보거나 유튜브 등의 채널을 통해 대중음악을 서구화한 눈높이로 즐기고 있다”며 “가사를 수정하고 복장을 제한하면 얼마든지 잠재적 시장을 공략하기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음악 시장은 재활용이 쉬운 사극이나 게임과 달리, 직접 뛰어들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안 대표는 “음악은 모든 문화 콘텐츠 중 가장 빠르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라며 “현지의 반응과 잠재적 수요를 예상할 때, 중동 시장은 유럽 시장과 비등하게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난 2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한-이란 문화공감' 공연에서 이란 태권도 시범단이 품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해외문화홍보원
정부는 지난해부터 여행업체들과 함께 이란 국제관광박람회에 참여하며 한국관광 홍보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그간 중동 지역에 한국이 지닌 관광 콘텐츠에 대한 매력을 소개했다면, 앞으로는 인프라를 구축해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지출에 인색하지 않은 중동 관광객을 위한 고가 상품 등의 개발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이란에 한국문화원이 개소되는 것도 중동 시장 공략의 일환이다. 하윤진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중동이 원하는 문화 콘텐츠 등을 어떻게 꾸리고 전파할 것인지 세부전략을 세워 콘텐츠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여행업계는 아직 섣불리 움직이진 않지만, 한류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중동 한류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긴 조심스럽다”며 “하지만 잠재성이 워낙 커 여행사들도 촉각을 세우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