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찾아간 변호사들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6.05.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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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오아시스 인터뷰] 법무법인 화우 사내봉사동호회

어린이를 찾아간 변호사들


청소기와 대걸레를 든 모습이 살짝 어색하긴 하다. 차라리 법정이라면…나들이 가기 딱 좋은 날씨에 꿀같은 4일 간의 황금연휴. 딱 그 중간인 7일, 변호사들이 암사동에 모였다. 이들은 왜 이곳에 모여 대걸레를 들고 있을까.

이날은 암사재활원이 어린이날 파티를 하는 날. 법무법인 화우의 사내봉사동호회 '나누는 사람들'의 회원들이 재활원을 찾았다. 그동안 성금을 전달하긴 했지만, 직접 찾아와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어린이날 행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행동에 나섰다. 야심차게 들어선 이들에게 이날 주어진 임무는 주방 청소.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서도 제대로 안잡아 본 청소기와 걸레를 들고 나름대로 꼼꼼히 쓸고 닦느라 진땀을 흘렸다.

"올해 초 처음 '나사'의 회장을 맡게 됐어요. 전임 회장이 유학을 가면서 부탁을 받았는데, 회장을 하면 강제로라도 더 봉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맡기로 했죠. 관심은 있었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못한 일들이 많았는데, 회장을 하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일명 '나사'로 불리는 화우의 사내봉사동호회 회장을 맡은 최은철 변호사가 "오늘 별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은데…"라며 쑥스럽게 웃어보였다. 이날 첫 인사를 하고 앞으로의 일정을 정했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날을 잡아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나사는 지난 2004년 처음 만들어졌다. 벌써 12년 째다. 450여명의 직원과 변호사들 중 14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전체 임직원의 3분의 1이 가입한, 사내동호회 치고는 대규모다.

매달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에는 암사재활원과 함께 미혼모 복지시설을 번갈아가며 방문할 계획이다. 특히 수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미혼모 공동체 '열린 집'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동안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면 올해부터는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려보려고 한다. '경제교육'이다.


어린 나이에 임신과 출산 과정을 거치며 경제적 자립이 쉽지 않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도 꼭 자립해야만하는 '엄마'들에게 재테크부터 개인회생까지 먹고사는데 도움이 될 교육을 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최 변호사는 3년차 금융팀 소속 변호사다.

"그동안 해왔던 일과 함께 미혼모들을 위한 재테크 교육, 시설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소개교육 같은 것들을 해보려고 해요. 자립을 도와서 주체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고 싶어요."

지난 2일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강북구 수유동의 '마을 속 작은학교 지역아동센터(작은학교)'에 약 200여권의 책을 기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성금을 전달하러 작은학교에 방문했다가 책장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목표는 '비어있는 책장을 채우자'는 것. 그렇게 4월 한 달 동안 어린이날 선물을 목표로 800여권의 책을 모았다. 이중 어린이 도서 180권을 선별하고, 학습용 만화책 20권을 추가로 구입해 목표대로 어린이날 선물을 했다.
어린이를 찾아간 변호사들
"처음에 선물을 열어보는데 책만 나오니까 아이들이 점점 실망하는 거 같더라고요. 그러다 마지막에 만화책과 퍼즐, 장난감 등이 들어있는 상자가 열리니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어요. 아이들은 아이들이죠. 채워진 책장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처음으로 책기부를 받아본건데 내부적으로도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도 계속 진행해보려고 해요."

책을 모아 전달한 것은 처음이지만 작은학교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벌써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을 아이들은 마을에서 함께 건강하게 자라도록 한다'는 목적에서 방과 후 공부방으로 시작한 작은학교는 지금은 지역아동센터로 전환돼 18년째 운영 중이다. 나사는 이 곳을 10년째 후원해오고 있다. 동호회 초창기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는 곳이 10여곳 된다.

"나눔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꾸준히 실천하는 것만큼 값진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매월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눔의 소중함을 항상 느껴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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