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노키아폰 매각 3년, 스마트폰 그 후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6.05.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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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노키아가 처음 선보여 스마트폰의 효시가 된 '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br>
1996년 노키아가 처음 선보여 스마트폰의 효시가 된 '노키아 9000 커뮤니케이터'


“선도기업들은 선택된 사업영역에서 최고를 유지하는데 집중한다. 때문에 새로운 성장영역이나 기존 기술을 쓸모없게 만들 수 있는 신기술에 대응하는데 소홀했다.” 1997년 노키아 부사장이었던 미코 코소넨이 털어놓은 휴대폰 사업 몰락 이유다.(출처, ‘노키아: 그 내부의 이야기’).

2010년까지 글로벌 휴대폰 1위를 고수해왔던 노키아가 3년 뒤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사업을 매각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사실 노키아도 경쟁자의 출현 위협을 미리 직감했고,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했다. 2009년 한 해 매출의 14.4%에 달하는 50억유로를 R&D에 투입했다. 혁신을 선도할 전담 조직도 만들었다. 신기술 기업을 인수하고 합작사도 설립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노키아의 사업모형에서 벗어난 새로운 아이디어는 채택되지 않았다. 휴대폰 시장 패러다임이 피쳐폰에서 스마트폰, 하드웨어(SW)에서 소프트웨어(SW)로 급변했지만 기존 사업구조를 스스로 깨지 못했던 게 노키아의 결정적인 패착으로 지목되고 있다.

노키아 휴대폰 사업이 매각 된 지 꼭 3년 만인 2016년 4월.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 또 한 번의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0%에 머물렀다.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SA)는 아예 전년대비 3%대 역성장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줄곧 성장가도를 달려왔던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시장 포화에 혁신기술 부재까지 겹치면서 스마트폰 시장도 과거 PC시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스마트폰 시장을 사실상 양분해왔던 삼성전자와 애플의 희비는 교차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갤럭시S7’의 판매호조로 22.8%의 점유율로 1위를 지켰다.

특히 애플의 텃밭인 북미 시장에서 11개월 만에 1위를 탈환했다. 삼성전자는 2년 전 애플보다 먼저 ‘스마트폰 위기’를 경험했다. 이후 다양한 중저가폰을 내놓으며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한편, 생산공정 효율화로 원가를 크게 줄였다. 저성장기에 대비한 새로운 사업전략과 조직체계로 일찌감치 전환했던 것.


반면 애플은 사상 처음으로 아이폰 판매가 마이너스 성장하며 점유율이 곤두박질쳤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간과한 탓이 크다. 늦게나마 가격을 낮춘 ‘아이폰SE’를 내놨지만 2분기에도 이 추세를 크게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위기는 새로운 혁신 포인트가 나타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변혁기에 ‘제2의 애플’, ‘제2의 노키아’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진짜 승부는 기술에서보다 기존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는 ‘유연성’에서 갈릴 수 있다. 피처폰과 심비안 스마트폰에 매여 ‘판을 뒤집는’ 혁신을 상업화하지 못한 노키아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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