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목돈 필요한데…산은캐피탈 매각 분위기 시들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16.05.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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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장부가인 6000억원 이상" 고수…원매자들 "장부가 이하" 입장

KDB산업은행 자회사 산은캐피탈 매각 예비실사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진 가운데 매각가격을 두고 산은과 원매자들이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은은 기업구조조정 재원 마련에 눈길이 쏠린 시점인만큼 산은캐피탈을 장부가 이상에 팔겠다는 생각이지만 원매자들은 장부가도 비싼 것으로 평가하고 있어 매각 성사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4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당초 이달 초로 예정됐던 산은캐피탈 본입찰을 미뤄 오는 24일쯤 인수제안서 접수를 마감키로 했다. 이달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자회사 매각시 이사회 승인이 있어야 하는데 5월 중에는 이사회 일정이 없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시점을 미뤘다"고 말했다.

현재 산은캐피탈 숏리스트(인수적격자)에는 외국계 PEF(사모펀드) 칼라일과 SK증권 PE(프라이빗에퀴티) 등 FI(재무적투자자) 2곳과 옛 명성그룹 가족기업인 '태양의도시' 등 SI(전략적투자자) 1곳이 올라 있다.



예비실사 기간이 당초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숏리스트에 오른 원매자들의 매각가 저울질이 계속되고 있다. 산은은 산은캐피탈의 장부가 5973억원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다.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되면 차액은 회계상 손실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산은은 앞서 지난해 11월 진행된 산은캐피탈 예비입찰 때부터 장부가 이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최근에는 한진해운 등 경영난을 겪는 기업의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산은이 손실을 짊어지고 인수자들에게 양보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IB업계에서는 원매자들이 생각하는 매각가와 괴리가 있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캐피탈 산업 특성상 기업가치를 장부가로만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산은캐피탈은 장부가 외에도 자산가치나 운용 자금의 수익성 등을 기준으로 해서도 매각가가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다만 인수 후에도 높은 수익률이나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기 힘들다는 불확실성이 인수 매력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은캐피탈의 경우 그동안 산은 금융그룹의 우산 아래에 있어 가치가 높아져 있던 만큼 인수자들 입장에선 인수 후 기업가치가 지금보다 하락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도 산은캐피탈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기업가치 하향 조정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 원매자들은 산은이 고집하는 장부가 이상의 높은 매각가를 맞춰줄 만큼 인수 의지가 강하지 않아 보인다"며 "이미 지난해에도 유찰된 적이 있는 만큼 산은이 매각가 눈높이를 인수자들과 맞춰야 매각이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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