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없앤 노하우로 취업문 실업문 극복하라

더리더 홍찬선 기자 2016.05.0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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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레터]문제는 현장이야, 이 바보야(It’s Spot, Stupid!!!)

▲홍찬선 편집인▲홍찬선 편집인


간단한 질문을 해보자. 이 세상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고개는 무엇일까. 또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문과 가장 쉽게 떨어지는 문은 어떤 것일까. 힘든 고개는 많다. 산에 오를 때 막바지에서 힘들게 하는 깔딱 고개, 마지막 숨을 모로 쉬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숨 고개, 하지만 아마도 보릿고개가 가장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보릿고개? 보릿고개가 뭐지? 보릿고개라는 말은 요즘 일상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배 고프고 힘들 때’라는 의미로 쓰이기는 하지만, 그 고통을 진정으로 아는 것 같지는 않다. 보릿고개를 중국에서는 청황부접(靑黃不接)이라고 한다. 4월 중순부터 6월 하순까지 약 두 달 동안, 푸른 보리가 아직 익지 않아 누렇게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가을에 거둔 곡식을 다 먹었는데 보리는 아직 푸르니 먹을 게 없는 상황을 가리킨다. 이때는 며칠씩 굶기를 밥 먹는 듯하니 모든 게 먹을 것으로 보인다. 찔래, 칡, 소나무 속껍질, 질경이…, 닥치는 대로 먹다 맹장염에 걸리고 위통에 시달리다 하나뿐인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굶주림은 급기야 푸른 보리를 뜯어다 알갱이 없는 보리죽을 끓이게 했다. 그러면 보리 수확이 줄어들고 2부의 비싼 이자로 빌려 먹고 가을에 갚으니 겨울 나자마자 보릿고개에 부딪쳤다. 빈곤의 악순환이다. 사암(俟菴) 정약용(丁若鏞) 선생은 이런 참상을 ‘기아시(飢餓詩)’에 담고, 보릿고개를 맥령(麥嶺)이라고 했다. 넘기 어려운 진짜 고개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으리라.

지금은 전북 고창(高敞)에서 ‘청보리밭 축제’를 열 정도로 보릿고개는 아련한 추억이 됐다. 하지만 불과 50년 전인 1960년대까지만 해도 국민의 절대다수에게 고통스런 현실이었다. 허리띠를 동여매고 ‘잘 살아 보자’는 새마을운동으로 보릿고개는 극복됐다.



하지만 이제는 보릿고개에 버금가는 두 개의 험한 고개가 우리 앞에 버티고 있다. 바로 들어가기 힘든 취업문과 빠지기 쉬운 실업문이다.

대학교를 졸업한 우리 아들, 딸들의 상당수가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먹고 자고 가정을 꾸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자신의 꿈과 자아를 실현하는 데 일자리는 필수적이다. 맹자(孟子)가 말한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도 ‘직업이 없으면 자기다운 마음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취업문을 지나지 못하니 결혼도, 내 집 마련도, 자녀출산 등도 포기하는 ‘3포 5포 N포 세대’가 된다.

아버지들의 실업문도 심각하다. 40대 후반부터 찾아오는 불청객인 ‘명퇴’와 ‘구조조정’ 등에 따라 일자리를 잃는 가장(家長)들이 늘어나고 있다. 퇴직금이 충분하지 않고, 자녀들은 취업문 함정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평균 수명이 늘어나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야 할지 모르는 위험(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자녀는 취업문에 걸리고 아버지는 실업문에 빠지는 ‘이중 실업(Double Unemployment)’은 중산층의 급격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에 끝난 20대 총선에서 보여준 민의(民意)는 바로 취업문과 실업문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게 컸다.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 일자리를 늘리고 취업문이 쉽게 열리고 실업문은 꽉 닫혀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명령(命令)’인 것이다.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현장을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들처럼 나라와 회사 지도자들이 현장에 직접 다니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을 때 한국 경제는 팔팔하게 뛰었다. 반면 책상에 앉아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는 ‘지상담병(紙上談兵)’에 빠지면 경제는 어려워졌다. 시장, 공장, 논과 밭, 대학 등으로 직접 찾아가야 한다. 현장에는 문제를 민낯으로 볼 수 있고, 해결방안과 희망이 함께 숨 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 그리고 기업인은 물론 우리 모두는 이를 잊지 말고 실천해야 한다. 이중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보릿고개의 고통이 다시 올 수도 있다. 먹지 못해 겪는 굶주림의 고통을 우리 아들, 딸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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