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과학]2만원의 가치

머니투데이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학과 교수 2016.04.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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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 2만원이 이슈다. 액수가 아니라 돈의 출처, 용도가 문제다. 누구나 알 듯 돈은 강하다. 돈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은 원래 거래의 수단으로 발명된 거지만, 어느새 거래의 주인이 되었다. 현대사회의 경제체재를 자본주의라 하는데, 여기서 돈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글이 실리는 '머니투데이'도 돈을 이름에 내걸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우리 모두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한때 돈은 금화나 은화와 같이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물리학자 뉴턴이 30년 동안 영국의 조폐국에서 일한 것은 유명하다. 뉴턴은 당시 시중에 유통되던 금화의 무게가 실제 가치보다 적었던 것을 바로 잡았다고 한다. 일부 상인들이 금화를 녹여 무게를 약간 줄인 상태로 다시 금화를 만들어 되팔았던 것이다. 화폐위조범들을 사형시켜 일벌백계했다니 어째 으스스하다. 금화를 갈아 금을 얻는 행위를 방지하도록 동전 테두리에 톱니를 넣은 것도 뉴턴의 아이디어다.

지폐의 등장은 돈의 역사에 중요한 분기점이다. 이제 돈은 금이 갖는 희소성의 가치가 아니라 실재하지 않는 추상적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서 지적한 대로 상상을 믿는 인간의 능력이 극대화된 결과다. 이제 지폐를 마구 찍기만 하면 부자가 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물론 이렇게 했다가는 돈은 금방 쓰레기가 될 거다. 돈의 가치는 발행주체의 신용에 의지한다. 국가신용등급이 환율에 영향을 주는 이유다. 이제 대부분의 돈은 메모리에 저장된 정보 형태로 존재한다.



우주에도 돈과 같은 것이 있다. 바로 에너지다. 무엇을 하든 에너지가 필요하다. 라면을 끓일 때에도, 비행기가 날아오를 때에도, 스마트폰이 작동하는 데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는 그 액면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할 수 있다. 에너지 변환에도 환율과 같이 정해진 교환비율이 있다. 에너지의 표준단위는 '줄(joule)'이다. 스마트폰을 1m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스마트폰이 땅에 닿을 때 1줄의 운동에너지가 생긴다. 물론 에너지는 무(無)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1m 높이로 올려주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지구가 중력으로 스마트폰을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는 동안 당신의 손이 에너지를 사용한다.

손이 사용한 에너지는 ATP라는 분자가 분해되며 나온다. 1줄의 에너지를 얻으려면 2 X10¹⁹개의 ATP 분자가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을 이용해 ATP를 만든다. 음식물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에서 얻고, 식물은 태양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태양에너지는 수소핵융합의 결과물인데, 수소는 빅뱅 때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당신이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는 에너지는 빅뱅에서 온 것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빅뱅이고, 그 이후 에너지의 전체 양은 변한 적이 없다. 단지 형태를 바꾸었을 뿐이다. 바로 에너지보존법칙이다.

우주의 돈, 에너지는 보존된다. 에너지는 그 자체의 정확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형태가 변할지라도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돈은 상상의 산물이다. 어떤 이에게 2만원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생존이 걸린 것이다. 사실 이건 우리가 만든 상상의 결과다. 2만원이라는 상상이 인간을 위한 것으로 사용되지 않을 때, 그 상상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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