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했던 딸은 하늘로 보내는 긴 편지에 마음을 담았다. 아버지가 평생을 바쳤던 '라듸오'에 대해, 직접 남긴 육필원고를 정리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김해수씨의 '아버지의 라듸오'는 이렇게 책으로 탄생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딸과 사위가 민주화를 외치다 감옥에 잡혀들어가면서, 아버지이자 장인어른인 그는 거실 한가운데 영광스럽게 걸어뒀던 박 대통령의 '산업포상'을 거두어 서랍 속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딸이 걷는 길을 묵묵히 응원한다.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감당해야 할 새로운 시대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는 방도를 찾아내야만 할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어온 늙은 엔지니어의 눈에는 환하게 보이는, 이 진실의 전파를 수신하는 라디오를 설계할 만한 여력이 내게 남아 있지 않으니 어찌하면 좋겠는가."
자신의 세대를 고집하지 않고 과오를 인정하며, 후대를 응원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린이날인 5월 5일, KBS가 '과학의 날'을 맞아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특집 다큐멘터리로도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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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라듸오= 김해수 지음. 김진주 엮음. 느린걸음 펴냄. 240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