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논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가시화되면서 실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금융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적 논리에 의해 진행돼야 할 구조조정에 자칫 정치논리가 끼어들 가능성 때문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총선 직후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구조조정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치권의 개입이 오히려 구조조정 작업을 방해할 수 있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기아차 처리 문제를 놓고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국민차 살리기 운동'을 벌이면서 구조조정이 지연됐고 지난 2011년에는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희망퇴직 문제는 이른바 '희망버스' 운동으로 정치 이슈가 된 바 있다. 당시 한진중공업은 정치권의 중재로 합의를 도출했지만 올해 1월 결국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영도조선소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영도조선소는 경쟁력이 떨어져 이미 구조조정이 됐어야 할 곳"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야정 협의체에서 어떤 문제를 논의하게 될지 몰라 아직은 조심스럽다"면서도 "실업 등 구조조정 부작용의 최소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아니라 구조조정 과정 자체에 개입하게 될 경우 논의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정부 스스로 면밀하게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제대로 된 전반적 구조조정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주길 바란다"며 "그에 따라 우리가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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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치권의 구조조정 논의가 도를 넘지 않는다면 오히려 바람직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기업금융팀장은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야당이 발목을 잡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이 구조조정 논의를 촉발시켰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정치권의 구조조정 논의는 양면성이 있다"며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구조조정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정치권이 구조조정의 당위성과 방향, 원칙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