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세계적 의류브랜드 슈프림은 한국에도 두터운 팬층이 있습니다. 포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제품이 출시되는 날(마니아층에서는 '드롭'이라 부릅니다)이면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다수 올라옵니다.
지난 달 11일 슈프림이 공개한 봄 시즌 컬렉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 의류브랜드 '사스콰치패브릭(Sasquatchfabrix)'과 컬래버레이션을 했다는 소식에 많은 기대의 글이 올라왔고, 판매가 시작되면 바로 사재기를 하겠다고 선포한 이도 있었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면 더 놀라운 사진이 등장합니다. 일반 상점의 진열대를 촬영한 듯한 사진 구석에 빨간 원을 중심으로 16개의 붉은 햇살이 퍼져 나가는 일본 '욱일기'가 보입니다.
당시 한국을 중심으로 항의글이 넘쳐났지만, 슈프림은 지난해 일본에서 이 티셔츠를 또 다시 판매했습니다.
이러한 슈프림의 무지한 역사인식은 또 다른 그릇된 행동을 낳았습니다. 지난 달 14일 인스타그램에는 2011년 슈프림이 제작한 욱일기를 닮은 박스로고가 PrayForJapan, PrayForKumamoto, WeLoveJapan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퍼져 나갔습니다. 일본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지진 피해자들을 애도하는 일에 일제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가 쓰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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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림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온 댓글들 /사진=홈페이지 캡처
"독일 나치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는 어떤 이유에서도 사용해선 안 된다" 이 같은 역사인식은 전세계 사람들 생각에 뿌리박혀 하켄크로이츠는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이와는 달리 욱일기는 옷 무늬로, 예술의 소재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유명 의류업체들이 욱일기를 단순한 일본의 상징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 뜻을 알리는 홍보활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서 교수는 "잇단 보도와 항의글에도 욱일기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의류업체들은 보다 강력한 제재로 맞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