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사치다", 7천억 토종 사모펀드 사나이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6.04.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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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 인터뷰]사모펀드(PEF) 케이스톤파트너스 유현갑 대표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가 금융계와 산업계, 정계와 학계 등의 관심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케이스톤파트너스 유현갑 대표 인터뷰/사진=임성균 기자케이스톤파트너스 유현갑 대표 인터뷰/사진=임성균 기자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것은 사치입니다.”

토종 사모펀드(PEF) 케이스톤파트너스의 유현갑 대표(46)는 "10건의 투자에서 성공하더라도 단 한건의 실패가 가져오는 손실은 펀드운용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며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것은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사모펀드 운용에서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업계의 평판이 나빠져 새로운 펀딩이 어렵고 자금부족으로 허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실패 없는 투자’를 목표로 지난 2007년 케이스톤파트너스를 설립해 10여년 만에 약 7000억원 규모(1월말 기준)의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운용 중인 4개 펀드 모두 연 10% 이상의 기대수익률을 보이며 사모펀드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흙수저로 일군 토종 사모펀드 회사



유 대표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지만 군대 제대 후 공인회계사(CPA)시험에 합격, 1994년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0년 KTB네트워크로 옮기면서 해외투자팀장을 맡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는 유망 중소업체를 선별해 투자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당시 IT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어 유망기업들을 찾아내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2000년대 초반에 통신업계의 실적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유 대표는 이때 "잘 알지 못하거나 권리 행사가 어려운 투자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에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으로 이직하고 M&A 팀에서 인수금융과 부실채권 투자업무를 담당하여 투자 경험과 능력을 키웠다.


그러다 2007년 37살의 나이에 안정적인 은행을 나와 사모펀드인 케이스톤파트너스를 창업했다. 그는 "투자업무는 인맥이나 학벌 등 외부 요인보다는 오로지 투자수익률로 승부를 내는 분야고, 그 점에선 자신이 있었다"고 창업 동기를 밝혔다.

그러나 오로지 본인의 자본만을 갖고 만든 사모펀드여서 자금규모가 크지 않았고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사모펀드계의 ‘흙수저’였던 유 대표는 “집을 팔아서 마련한 5억원의 전 재산을 털어 운용사를 설립했기 때문에 한 번의 실패로 인해 사업을 접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며 "실패 확률을 최소화하면서 수익률을 최대화하는 투자전략을 설계했다"고 초기 시절을 회고했다.

또한 수학 전공자답게 수학문제 풀듯이 정확한 공식을 적용한 투자분석과 예측을 토대로 수익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 나갔다.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설립 이후 17건의 프로젝트에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이 중 9건을 성공리에 회수했다. 투자원금 7200억원에 회수금액 1조1000억원을 달성, 총 52%의 누적수익률을 달성했다.

유 대표는 "군대에서 제대했을 당시 육군 병장 월급으로 받은 10만원으로 회계 관련 책들을 구입하여 공인회계사 준비를 한 것이 첫 출발이었다“며 당시 집안 사정이 어려워 등록금 마련을 위해 2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던 힘든 시절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1년이란 짧은 기간 안에 독학으로 공인회계사를 합격한 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10여년 만에 약 7000억원 규모의 국내 대표적인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를 키웠다.

◇금호고속을 포함한 패키지딜로 도약의 발판 마련

케이스톤파트너스는 2012년 금호아시아나 그룹으로부터 금호고속, 서울고속터미널, 대우건설의 3개 자회사를 인수해 새로운 도약을 이룬다. 회계법인과 금융권에서 익힌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유 대표의 남다른 분석력과 기업을 보는 식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유 대표는 IBK투자증권을 설득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금호아시아나 그룹에서 매물로 나온 3개 자회사 패키지딜에 성공했다. 그는 “금호패키지딜 수행당시 8개월이 넘는 마라톤 협상으로 여러 차례 결렬위기를 맞았었다”고 회상했다.

그 후 3년만인 2015년 6월금호고속 지분 100%를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재매각하고 6560억원을 회수해 총 98%의 누적수익률을 기록, 당시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로써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원하는 목표치의 수익률을 달성했고 금호아시아나는 3년에 걸친 기업체질 개선과 구조조정으로 회사정상화를 이룬 뒤 금호고속을 되찾아가게 됐다. 상호 윈윈(Win-Win)이 됐다.

유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외국계 사모펀드들이 국내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비싸게 되파는 일들을 되풀이되면서 사모펀드 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다"며 "그러나 국내 토종 사모펀드는 한계기업에 대한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회사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국내 사모펀드들이 기업과 경제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토종 사모펀드에 대한 연기금들의 지원이 필요

유 대표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국부유출을 막고 연기금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국내 토종펀드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외국계 사모펀드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IMF 이후 외환은행을 사들인 론스타가 수조원대의 이익을 남기고 되팔아 폭리를 취한다는 원성이 자자했고 지난해에는 오로지 최대이익을 끌어내는 것이 목적인 엘리엇이 삼성을 적대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조선·해운·철강 등 산업 전반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부유출론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으려면 토종 사모펀드 운용사의 대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서는 연기금들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유 대표는 “구조조정과 M&A 시장의 특수상황(Special Situation)에 투자하는 5000억원 이상의 대형 블라인드 사모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운용인력과 리스크관리 인력을 대폭 보강했다”고 밝혔다.

/자료=케이스톤파트너스/자료=케이스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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