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선택폭 확대…증권사도 상품출시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6.04.20 16:45
글자크기

기존 자문사 외에 리서치센터·판매 지점 갖고 있는 증권사도 출시

증권사들이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주요 증권사들은 지점망이 없어 직접 판매가 힘든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자문사들과 손잡고 자문형 랩을 출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다음달부터 증권사 자체 개발 상품까지 나오면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키움證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출시=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오는 5월 투자일임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로 투자자의 투자 성향과 목표 수익률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핀테크 열풍에 급속히 인기를 끌면서 쿼터백, AIM, DNA, 디셈버 등 로보어드바이저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자문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증권사 중에서는 지난해 말 NH투자증권이 'QV 로보 어카운트'를 선보이긴 했지만 이는 자동 매매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자산 배분을 위한 서비스로 보기는 힘들었다.

삼성증권이 개발하고 있는 '삼성POP Robo어드바이저'는 국내 주식 및 ETF(상장지수펀드)·ETN(상장지수채권)을 투자 대상으로 활용한다. 고위험, 중위험, 저위험으로 투자 성향을 나누고 투자 대상에 ETF, 해외 투자를 포함할 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주식 종목 투자 대상을 코스피 200지수, KTOP30 지수, 배당지수 등의 구성 종목으로 한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소수 고객을 대상으로 베타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5월말~6월초께 정식으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키움증권이 내달 출시할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존 리서치센터가 활용하던 퀀트 모델을 개선한 것이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ETF를 포함한 글로벌 ETF를 활용한다. 투자성향에 따라 총 9개의 포트폴리오가 있으며 선진국 주식, 신흥국 주식, 부동산 등 8개의 자산군에 대한 비중이 조절된다.

다만 키움증권은 지점이 없는데 투자 일임 계약은 투자자에게 상품을 대면으로 설명을 해야 할 의무가 있어 온라인 판매 가능 여부가 서비스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말부터 3개월간 테스트베드를 운영해 검증된 로보 어드바이저에 대해서는 10월 말부터 온라인 자문과 일임 업무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권사들 "초기 시장 선점하자"=증권사들이 자체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아직 성장 초기라 자문사들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오히려 자산배분 모델을 구성할 역량이 있는 리서치센터, 판매력 있는 지점을 갖고 있는 증권사가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해외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직접 매매 주문을 내지만 국내에서는 일임 계약 대면 판매 등을 이유로 로보어드바이저들이 은행, 증권과 손잡고 판매에 나서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중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쿼터백조차 운용 자금이 1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글로벌 자산배분을 위한 알고리즘을 이미 갖고 있어 자체 개발을 결정하게 됐다"며 "기존 모델에서 리스크 대비 기대수익률을 세분화하고 정교화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인력을 적극적으로 보강했다. 로보어드바이저 개발 인력만 지난해 4명을 추가 채용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임원은 "외부 자문사를 이용하면 투자 손실이 나거나 문제점이 발견됐을 때 증권사에서 적극 대응하기 힘든 점도 애로사항"이라며 "현재 자문사로 나선 로보어드바이저들은 대부분 기업 설립 연혁이 2년 남짓인 벤처들이라 증권사들이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업체들은 증권사들보다 뛰어나다는 점을 수익으로 입증하는 것이 앞으로 가장 큰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