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어머니의 지나친 부양료 청구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평생 걸머져 온 제 마음의 짐입니다. 어머니가 마음의 짐이라니 웬 불효자식이냐 싶으시겠지만 제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20대 초반에 만나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를 낳았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두 분은 결혼을 못하게 됐고 아버지가 저를 키우셨습니다.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 집으로 갔는데 1년 좀 넘어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걸핏하면 저를 욕하고 때렸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집을 나온 후에는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간신히 고등학교를 마쳤습니다. 고학으로 전문대에 진학해 기술을 배웠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해 사업을 시작해서 몇 년 전부터는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습니다.
어머니는 음식점을 크게 하셔서 돈을 많이 버셨고 호화스러운 생활을 했지만, 저를 도와주시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어머니 집에 가서 돈 달라고 사정한 적이 있는데 아무 소용이 없어 그 후 어머니의 도움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접었습니다. 지금이야 살 만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돈이 없어 밥을 못 먹은 적도 부지기수였으니까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인 나를 왜 이렇게 대하는지 어머니가 정말 원망스러웠습니다.
어머니와는 한동안 인연을 끊고 살았는데 제가 사업에 성공하자 어머니가 찾아오셨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린 시절의 원망은 많이 잊혀졌고, 제 아이들에게 친할머니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집에 오시는 걸 굳이 막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에게는 다른 목적이 있었습니다. 다시 만난 후 시간이 좀 흐르자 어머니는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생활비로 월 300만원을 달라, 목돈을 해달라고 하셔서 제가 안 된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얼마 전 제게 부양료 청구를 했습니다. 소장을 보니 제가 엄청난 부자인데 학비와 생활비를 대준 어머니를 부양하지 않는다면서 아파트 한 채 값을 포함해서 10억원을 달라고 쓰여 있네요.
제 기억에 어머니는 부자여서 부동산도 많았고 다시 만났을 때도 형편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는데, 제가 좀 산다 싶으니 돈을 달라고 하시는 거 같습니다. 아무리 부모라지만 어린 저를 버렸던 어머니를 제가 부양해 드려야 하는 건가요?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습니다.
A. 어머니 정말 너무 하시네요. 부자였는데도 어린 아들을 돌보지 않은 것도 그렇고, 아들이 좀 성공했다고 10억원이나 달라고 소송까지 하는 것도 그렇고, 참 여러 모로 이해가 안 가는 어머니를 두셨네요. 이런 어머니를 두고도 성공하신 선생님은 참 대단하신 분입니다.
법률상의 부양의무가 있다는 말의 뜻은 만약 한쪽이 생활이 어려워 다른 쪽이 부양을 하지 않으면 부양권리자는 부양료청구소송을 해서 부양료지급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의 어머니는 이 규정에 따라서 선생님께 부양료 지급청구를 한 것이고요.
재산조회를 했는데 어머니가 정말 스스로 살 수 없는 상태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면 어머니에게 아들인 선생님께 부양을 청구할 권리가 있는 건 맞습니다. 선생님 어머니처럼 어린 자식을 돌보지 않은 부모에게도 부양청구권이 있는지가 문제인데, 우리 법원은 부모가 자식에 대한 양육책임을 다했는지와 관계없이 부모가 부양청구권을 갖는다는 입장입니다.
구체적인 판례를 보면 본처와 미성년자녀를 버리고 20년 넘게 첩과 살았던 아버지가 나이 들어 본처의 자식들에게 부양료를 청구한 경우에도 자식들은 부양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한테 버림받은 자식들로서는 상당히 억울할 수도 있는 결론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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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양육을 안 한 부모가 부양료 청구를 할 경우 법원이 인정하는 부양료는 많지 않습니다. 부양의무자인 자녀의 경제적인 상태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은 10만~20만원 정도의 부양료를 정합니다. 부양청구권 자체는 인정하지만 미성년자녀 양육을 거부한 부모의 손을 완전히 들어주지는 않는 것이지요. 이런 법원의 입장을 고려해보면 선생님의 어머니가 10억원을 청구하긴 했지만 판결로 받을 수 있는 실제 부양료는 법원의 이전 판결들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까지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현실의 법률이 드리는 답변입니다. 현실 법률을 넘어서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답변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과연 해야 하는지, 훨씬 더 어려운 이 부분은 선생님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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