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신·구세계 제패의 꿈을 담은 와인

머니투데이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 겸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회장 2016.04.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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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와인]프랑스 '끌로 앙리 소비뇽 블랑'(Clos Henri Sauvignon Blanc)

편집자주 기업인,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 명사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소개하고 그 와인 속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달합니다.

'끌로 앙리 소비뇽 블랑' 와인과 뉴질랜드 말보르 포도밭 전경/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끌로 앙리 소비뇽 블랑' 와인과 뉴질랜드 말보르 포도밭 전경/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우리나라 현대차를 초우량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한국인의 정서를 담은 소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식 만찬 자리에서 만큼은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 마리아주로 항상 와인을 선택해 글로벌 기업의 회장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국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소주를 마시며 정 회장은 우리 국민들과 고뇌를 함께 하고 싶고, 또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하는 와인을 마시며 현대·기아 자동차가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위대한 꿈을 실현하고픈 고뇌를 품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 회장은 2011년 3월10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개최된 전경련 회의 후 공식 만찬에서 '끌로 앙리 소비뇽 블랑'(Clos Henri Sauvignon Blanc) 와인을 들고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라는 건배사를 한 것은 국산 자동차를 수출해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애국심이 담겨 있는 것으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이끄는 정 회장이 '끌로 앙리 소비뇽 블랑' 와인을 즐겨 마시는 이유를 유추해보면 '끌로 앙리 소비뇽 블랑' 와인이 구세계 와인(유럽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와인)과 신세계 와인(신대륙을 중심으로 생산하는 와인)을 아우르는 와인인 것처럼 현대·기아 자동차를 통해 신·구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겨울에는 봄을 기다리며 와인을 마시고, 봄이 오면 봄이 왔음을 기뻐하며 와인을 마시게 된다"는 명언이 있듯이 ‘끌로 앙리 소비뇽 블랑’ 와인은 봄의 와인이다.

‘끌로 앙리 소비뇽 블랑’ 와인은 앙리 부르주아(Henri Bourgeois)가 프랑스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고성과 탑으로 매우 유명한 프랑스 루아르 밸리 상쎄르(Sancerre)지역 샤비뇰(Chavignol) 마을에서 조상 대대로 10대째 소비뇽 블랑을 양조한 명문 와이너리로 유명하다. 2004년도와 2013년에 세계 100대 와인에 선정됐고, 2011년과 2013년에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그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앙리 부르주아는 2002년 보다 넓은 세계로 눈을 돌려 새로운 땅 뉴질랜드 말보르(Marlborough) 와이라우 밸리(Wairau Valley)에서 신세계 와인으로 성공하고자 양의 방목지를 매입한 뒤 자갈, 충적토, 진흙 등으로 구성된 토양을 개간해 소비뇽 블랑과 피노누아를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양조기술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천혜의 자연을 품은 떼루아를 활용한 새로운 소비뇽 블랑의 땅, 뉴질랜드에서 제2의 성공적인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프랑스 루아르의 도멘 앙리 부르주아 소비뇽 블랑 와인은 붉은 열매와 열대 과일과 흰 꽃의 섬세한 향과 색깔이 특징적이지만, 뉴질랜드 말보르의 소비뇽 블랑은 천연적인 떼루아를 반영하듯 화려함과 절제미를 갖추면서, 흰 꽃, 구아바, 파인애플, 레몬, 라임, 자몽, 리치 등의 열대 과일향이 풍부하고 농도 짙은 맛과 입안을 꽉 채우며, 둥글한 질감, 신선한 산도로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매력을 주고 있다.

정 회장은 2015년 제네시스 신규 브랜드 및 기함급 차량 발표회에 직접 참석해 축하연을 진행하고,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미래의 자동차로 정보통신과 전자 기술이 융합된 자율주행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미래 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하면서 세계적 초우량 글로벌 기업으로 위치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다.

자연 친화적인 명품 자동차로 신대륙과 구대륙을 석권하고 전 세계인이 현대·기아자동차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경영철학을 추구한 정 회장은 구세계 프랑스를 넘어 신세계 뉴질랜드에서 천혜적인 환경 존중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명품 '끌로 앙리 소비뇽 블랑' 와인을 성공시킨 앙리 부르주아와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은 ‘끌로 앙리 소비뇽 블랑’ 와인 한잔을 마시면서 제네시스가 벤츠나 BMW를 넘어 세계적인 명차로 거듭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정 넘치게 뛰어다니는 젊은이를 떠올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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