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과학]변화를 통해 미래로

머니투데이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2016.04.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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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온통 선거에 쏠려있던 13일, 세계 최대 민간 석탄회사인 ‘피바디 에너지’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채무상환을 잠정적으로 유보하고, 절차에 따라 회사 경영을 정상화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미국 석탄생산 2위 업체인 ‘아치 콜’도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석탄 사용에 대한 법적·경제적 규제가 늘어난 데다 석탄 가격이 급락하면서 궁지에 몰린 것이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우려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두 회사는 장기적으로 경영정상화로 갈 묘안을 찾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거대 석탄회사의 연이은 몰락에서 우리는 석탄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느낀다.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회사이자 세계 최대 원유 생산업체인 ‘아람코’가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태양광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석유 의존 경제를 벗어나 태양광 수출국으로 변신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외계지적생명체 탐색 프로젝트에 1억 달러(약 1140억 원)를 기부했던 러시아의 부호 유리 밀너가 또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우리로부터 4.3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 약 10조km) 떨어져 있는 센타우루스 자리 알파별로 우주선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이라고 명명한 항성 간 여행 프로젝트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동참의사를 밝혔다. 이번에도 유리 밀러는 1억 달러를 시드머니(종잣돈)로 내놓았다. 이 계획이 실제로 실현되려면 1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11조원이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 막대한 비용이지만 감당하지 못할 돈도 아니다.



이 프로젝트를 간단히 소개하면 빛을 반사하는 돛을 단 스마트폰만한 크기의 우주선 1000여 개를 쏘아 올린 다음 지구에서 쏜 레이저로 우주선들을 빛의 속도의 20%까지 가속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러면 현재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3~5만 년 정도 걸리는 센타우루스 자리 알파별까지의 여정을 20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준비부터 발사까지 20년, 발사부터 도착까지 20년, 우주선이 보낸 첫 신호가 지구에 닿기까지 4년, 모두 합하면 대략 40~50년짜리 프로젝트다. 스티븐 호킹은 "브레이크스루 스타샷은 별들을 향한 여행의 멋진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건을 꿰뚫는 키워드는 '미래를 위한 변화'다.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에서 국민들은 '미래와 변화'를 선택했다. 국민들의 주문은 분명했다. 국회 스스로 변화하라는 것.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탓에 각 정당이 스스로 미래지향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하지만 국민이 준 유예 시간의 무게는 느낄 것이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가 태양광 전력 수출 회사로 탈바꿈하고, 자신들의 생애에 이뤄지기 힘든 꿈같은 우주여행에 자본을 투자하는 시대이다. '꿈을 꾸고 변화하는 것', 그것만이 미래를 보장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선 미래 세대를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 변화부터 신경 써주길 바란다. 기본소득과 최저시급 1만원, 대학등록금 인하 등 할 일의 목록은 이미 나와 있다고 생각한다. 의지를 갖고 실행하면 된다. 우린 변곡점에 서 있다.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발 선상에 오른 20대 국회가 미래를 위한 첫걸음을 힘차게 내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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