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게임'에 나오는 고객들은 돈을 지불하고 한 부부를 마취총으로 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12일 막을 올린 두산인문극장의 연극 '게임'의 첫인상이다. '게임'은 하우스푸어의 극단적인 생존게임을 다룬다.
집이 없는 부부, 애슐리와 칼리는 한 엔터테인먼트 사업가가 제공하는 집에 들어간다. 멋진 가구, 아늑한 침실, 깨끗한 욕실을 갖춘 좋은 집. 단, 이 집에 살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비용을 내고 온 고객에게 그들의 생활을 공개하는 것.
두 부부와 아이, 게임의 관리인을 제외하면 다른 배우들은 모두 관객이 아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한다. 총을 쏘기 위해 게임에 참여한 이들이다. 무대 곳곳에 설치된 화면의 영상을 통해 이들은 관객과 함께 부부의 삶을 들여다본다.
게임에 참여하는 댓가로 좋은 집에서 살게된 부부. 그리고 어른의 선택으로 원치않게 게임에 참여하게 된 아이/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
처음 이 게임을 만든 사업가조차 결국 유사한 사업으로 시장에 뛰어든 경쟁자들에 밀려 파산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동시에 누구의 생존도 보장해주지 않는 철저한 시장의 논리를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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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총이 무서워 '쏘지마세요'라고 적힌 상자 속에 숨어버린 아이에게선 디스토피아의 모습이 비친다. 사업가의 파산 이후 집을 떠나야 함에도 상자 속에서 한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아이에게 이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관리자가 다가가 말한다.
"그냥, 평생, 계속, 쭉 힘들거야. 그래도 선택은 해야지. 그 안에서 나와서 바깥 세상이랑 맞서거나 아니면 평생 그 안에 있거나. 둘 중 하나야"
바틀렛은 관리자의 입을 빌어 관객에게 묻는 듯 하다. 디스토피아로 흘러갈 것인가, 용기있는 선택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
막 전환 시 서바이벌 컴퓨터 게임 영상을 보여주며 주제를 극대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대사엔 여과없는 욕설이 담겨있으니 주의하자.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관리자가 아이에게 다가가 말하는 모습. 관리자의 심경변화를 따라가며 보는 것은 어떨까/사진제공=두산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