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세계경제의 일본화 우려

머니투데이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16.04.1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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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시평] 세계경제의 일본화 우려


지난 3월 개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이 지난주 공개되었다. 이를 보면 대다수 위원은 금리인상에 신중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이 상당히 신중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어 강달러 현상이 후퇴하고 있다. 리먼쇼크 이후 과감한 금융완화 정책으로 미국경제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경제의 회복세가 세계경제를 회복시키는 힘이 약한 가운데 오히려 미국의 금리인상이 세계경제를 악화시킴으로써 다시 미국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미국의 나홀로 금리인상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세계경제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회복하진 못했다. 중국경제는 3월 외환보유액이 감소세에서 벗어나 그동안의 자본유출 기조가 약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제조업 경기가 부진하고 각 분야의 과잉설비 부담과 투자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인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금리가 마이너스 상태까지 떨어졌으나 그 효과는 신통치 않다. 국제유가는 연초의 1배럴당 20달러대에서 30~40달러대로 크게 상승했으나 여전히 저유가 현상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세계경제는 2008년 리먼쇼크 이후 각국 정부의 강력한 재정 및 금융정책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반등했으나 이 과정에서 중국의 과잉설비 문제가 악화하는 등 후유증도 심화되면서 근본적인 회복세에 오르지 못하고 장기간 정체되는 양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을 포함해서 선진국과 주요 신흥국의 총수요가 총공급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 장기화함으로써 디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된다. 이에 따라 미국이 금리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는 등 선진국의 0%대, 심지어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상상황이 장기화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장기화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세계경제가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을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장기불황의 한 원인은 저출산 및 인구고령화 문제로 인한 수요의 위축에 있었으며,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선진 각국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다 고민하는 문제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의 경우도 중국 등이 생산가능인구의 정체와 성장세의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화·IT혁명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임금하락 압력으로 작용해 디플레이션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 신흥국의 공업화로 선진국의 제조업 고용이 감소 압력을 받는데 경기가 회복해도 고임금의 일자리 확대에 어려움이 나타난다. 경기회복세가 두드러진 미국의 경우 고용의 양은 회복해도 임금상승률이 더딘 실정이며 일본도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고용과 물가가 상승세를 회복했지만 명목임금의 상승세가 더뎌서 실질임금이 하락해 소비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또한 인공지능(AI) 확산 등 IT혁명의 가속화로 인간노동 자체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확대되어 임금 상승을 더욱 어렵게 한다. 선진국 등에선 고도의 전문스킬을 가진 직종의 임금은 확대되는 한편 일반 샐러리맨이나 공장근로자의 중심적 업무였던 각종 중간스킬 근로자의 고용이나 임금은 감소하고 청소 보수 서비스 등 내수형 저임금 고용이 유지되는 등 고용의 양극화와 중간층 몰락 현상이 심해졌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중간소득층의 약화, 그리고 이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선진국 시장을 잠식하는 신흥국의 수출 확대형 공업화나 경제성장 패턴이 선진국 자체의 시장한계로 인해 점차 어려워지고 최근에는 중국경제도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장기부진 우려를 타개하기 위해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억제하면서 새로운 성장프런티어를 개척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강달러 후퇴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 압력을 완화하기 때문에 환영받는 측면이 있다. 또한 중국에 이어 인도 경제의 성장세 가속화, 인도차이나 아프리카 등 후발 신흥국의 성장세를 높일 수 있는 경제개혁도 점차 기대될 것이다. 선진국도 저출산 인구고령화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사업의 이노베이션을 통해 시장을 창조해나가는 구조개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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