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세계경제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회복하진 못했다. 중국경제는 3월 외환보유액이 감소세에서 벗어나 그동안의 자본유출 기조가 약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제조업 경기가 부진하고 각 분야의 과잉설비 부담과 투자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인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경기부양을 위해 정책금리가 마이너스 상태까지 떨어졌으나 그 효과는 신통치 않다. 국제유가는 연초의 1배럴당 20달러대에서 30~40달러대로 크게 상승했으나 여전히 저유가 현상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장기화하는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세계경제가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을 닮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완전히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 장기불황의 한 원인은 저출산 및 인구고령화 문제로 인한 수요의 위축에 있었으며,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선진 각국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다 고민하는 문제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의 경우도 중국 등이 생산가능인구의 정체와 성장세의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확산 등 IT혁명의 가속화로 인간노동 자체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확대되어 임금 상승을 더욱 어렵게 한다. 선진국 등에선 고도의 전문스킬을 가진 직종의 임금은 확대되는 한편 일반 샐러리맨이나 공장근로자의 중심적 업무였던 각종 중간스킬 근로자의 고용이나 임금은 감소하고 청소 보수 서비스 등 내수형 저임금 고용이 유지되는 등 고용의 양극화와 중간층 몰락 현상이 심해졌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중간소득층의 약화, 그리고 이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선진국 시장을 잠식하는 신흥국의 수출 확대형 공업화나 경제성장 패턴이 선진국 자체의 시장한계로 인해 점차 어려워지고 최근에는 중국경제도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장기부진 우려를 타개하기 위해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억제하면서 새로운 성장프런티어를 개척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최근 강달러 후퇴는 중국의 위안화 절하 압력을 완화하기 때문에 환영받는 측면이 있다. 또한 중국에 이어 인도 경제의 성장세 가속화, 인도차이나 아프리카 등 후발 신흥국의 성장세를 높일 수 있는 경제개혁도 점차 기대될 것이다. 선진국도 저출산 인구고령화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사업의 이노베이션을 통해 시장을 창조해나가는 구조개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