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한국을 찾았던 판다 '밍밍'과 '리리'. 10년 목표로 한국에 왔던 두 판다는 1997년 IMF가 터지면서 '외화 유출' 우려 속에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3일, 22년 만에 다시 판다 두 마리가 한국으로 왔다. 중국 쓰촨성에서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2400km를 날아온, 수컷 러바오(만 3세, 기쁨을 주는 보물)와 암컷 아이바오(만 2세, 사랑스런 보물)다.
밍밍과 리리를 사육한 경험으로 이번에도 판다를 맡게 된 강철원 사육사는 "판다와의 인연이 깊다"고 말했다. 밍밍과 리리를 키우면서 판다월드 안내원이었던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당시의 사육 경험이 에버랜드가 이번에 판다 공동 연구 기관으로 선정된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강 사육사는 "지난 1월 6일 이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판다와 동고동락하고 있다"며 "3월 3일 판다 두 마리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쓰촨성의 판다 번식기지에서 연수를 받는 동안 '리리'를 거의 20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현지 연구원들이 다들 '리리가 강 사육사를 알아본다'며 신기해했다"며 흐뭇해했다.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러바오(만 3세, 기쁨을 주는 보물)를 강철원 사육사가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식사뿐만 아니라 건강 상태 체크 등 기술도 진보했다. 강 사육사는 "예전에는 판다의 혈액 채취나 체온 확인 등이 매우 어려워서 육안 관찰이 거의 전부였는데, 지금은 장치가 따로 있어 팔을 빼내어 검사하고 심지어 구강검사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판다가 생활하는 방사장의 변화가 가장 크다"며 "22년 전 판다월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했다"고 말했다.
두 판다 커플은 관람객이 드나드는 통로를 분리대로 나뉘어 살고 있었다. 분리되어 생활하는 이유에 대해 강 사육사는 "판다는 자연 상태에서도 독립생활을 한다"며 "1년 중 가임기가 단 2~3일인데, 이때만 만나서 합방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판다들이 어려서 성(姓) 성숙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3년 정도는 각자 생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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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사육사는 오는 21일 판다월드가 정식 개장하면 매일 3차례씩 관람객에게 판다의 생활을 소개한다. 그는 "판다들이 완벽하게 적응을 마칠 때까지는 앞으로도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아내에게 '판다에게 하는 것 반만 나에게 좀 하라'고 핀잔을 듣고 있지만, 판다로 맺어진 인연인 만큼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