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에 4.8억 배상 확정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16.04.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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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사진=박용훈 인턴기자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사진=박용훈 인턴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불법 민간사찰을 당한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4억8000만여원을 배상받아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 전 대표는 불법 사찰 때문에 갖고 있던 KB한마음 주식을 싼값에 급히 처분하면서 더 큰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김 전 대표가 "불법 사찰 때문에 대표이사직을 관두고 급히 주식을 처분하다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와 이영호(52)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당시 총리실 직원 6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2008년 7월 자신의 블로그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부를 비방하는 글과 동영상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불법 사찰을 당했다. 당시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근무하던 이 전 비서관과 이인규(60) 전 공직윤리지원관, 진경락(49)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뒷받침한다는 명분으로 김 전 대표를 사찰대상으로 삼았다.

이 전 비서관과 이 전 지원관, 진 전 과장은 '비선 라인'을 구성하고 김 전 대표가 당시 KB한마음 대표이사직과 지분을 전부 포기하게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이들은 공직윤리지원관실 내 점검1팀을 움직여 국민은행을 압박했고 김 전 대표는 2008년 9월 대표이사직을 사직하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김 전 대표가 KB한마음 지분을 타인에게 넘겨야 한다며 신임 대표 등을 계속 조사했고 김 전 대표는 2008년 12월 자신이 갖고 있던 주식의 75%에 해당하는 1만5000주를 주당 1만2000원에 전부 팔았다.

김 전 대표가 불법 사찰을 당한 사실은 2010년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을 통해 알려졌고 김씨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김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중간에 내려놓으면서 받지 못한 나머지 급여와 불법 사찰에 대한 위자료 등을 합쳐 4억2500만여원을 배상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전 지원관 등은 김 전 대표가 블로그에 정부와 대통령에 대하여 비판적인 글 등을 게시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사찰을 진행했다"며 "김 전 대표가 근무하던 회사의 관계자들에게 압박을 가해 KB한마음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게 하고 그 지분마저 양도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2심은 김 전 대표가 6000만원, 김 전 대표 가족들이 3500만원의 위자료를 추가로 지급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 전 대표와 가족들이 불법 사찰 이후 극심한 불안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 점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는 재산권 침해뿐 아니라 신체적 자유가 박탈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었다"며 "국가권력에 의해 불법행위가 자행되면서 가족들도 극심한 불안 등을 겪었을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KB한마음 주식을 급하게 매도하면서 입은 피해를 배상해달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는 2008년 2월 KB한마음 주식을 1주당 1만2000원에 매수했다"며 "김 전 대표가 주식 75%를 처분한 2008년 12월까지 가격이 바뀔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전 대표가 주식 처분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한 점은 명백하다"며 "이러한 사정은 위자료를 산정할 때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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