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V'자 회복…랠리 이어갈까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6.04.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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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중국발 쇼크에 요동친 글로벌 금융시장이 강력한 회복세로 1분기를 마쳤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과 달러 약세가 주요 배경이 됐다.

다만 아시아 시장에선 투자자들이 아직 경계감을 풀지 못한 분위기다. 시장 지표들이 회복세를 띠고는 있지만 통화 약세를 비롯한 취약성을 자극할 변수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금융시장 'V'자 회복세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올해 1분기에 뚜렷한 'V'자 회복세를 보였다며 그 모양새가 워낙 전형적이어서 역사책에 담아야 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미국 온라인 투자매체 마켓워치는 1분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모습을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빚댔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보여준 인간의 이중성만큼이나 시황이 극단적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올 초 글로벌 금융시장은 처참했다. 글로벌 증시의 여러 지수가 수년 만에 최저치로 밀렸다.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은 올 들어 2월 중순까지 11% 추락했다.

하지만 시황은 곧 돌변했다. S&P500은 지난달에만 6.6% 올라 1분기에 0.8%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도 3월에 7.1% 급등하며 1분기에 1.5% 올랐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다우지수의 1분기 반등폭이 1933년 이후 최대라고 지적했다.

나스닥지수는 1분기에 2.8% 하락해 분기 기준으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떨어졌다. 다만 지수는 지난달에 6.8% 반등해 곧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유럽과 일본 증시는 미국 증시에 비해 부진했지만 연초 벌려 놓은 낙폭을 대거 줄였다.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2월 중순 18%에 달했던 낙폭이 6.6%로 줄었다.

채권시장에도 활기가 되살아났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자산매입) 및 마이너스 금리 공세가 주효했다. 유럽에서는 독일 은행 베를린힙이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국채시장에서 회사채시장으로 확산된 것이다. 채권 수요가 그만큼 활발하다는 방증이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의 강세 행진이 주춤해지면서 신흥시장 통화가 반사이익을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통화완화 기조를 상당기간 더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게 달러 강세에 제동을 걸었다. 덕분에 경기침체로 고전하던 브라질, 러시아,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신흥시장 통화가 모처럼 강세를 보였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분기에 4.1% 하락했다. 분기별로는 2010년 3분기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달러 약세는 상품(원자재)시장에도 훈풍으로 작용했다. 달러로 가격을 매기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철광석 가격은 1분기에 25%가량 올랐고 금은 16% 뛰었다. 금값은 분기 기준으로 1986년 3분기 이후 30년 만에 최대폭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월에만 13%, 1분기에는 3.5% 올랐다.

◇4월 FOMC 등 변수 亞 경계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아시아지역 투자자들 사이에선 금융시장에 다시 혼란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주요 증시를 반영하는 MSCI AC 아시아태평양지수는 3월에 8.2% 오르면서 4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1분기 전체로는 2.3%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아시아시장 복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4월에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회의를 비롯한 변수가 많아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로건 베스트 INTLFC스톤파이낸셜 증권 트레이더는 "중앙은행의 말 한마디에 매달려 있을 때는 확실한 방향을 정해 투자하기 어렵다"며 투자자들 사이에 관망세가 짙다고 말했다.

DBS웰스매니지먼트는 '4월 변동성의 귀환'이라는 제목의 최신 보고서에서 글로벌 증시의 최근 랠리는 기술적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초에 급격히 떨어져서 반등했다는 말이다. DBS는 그러면서 시장이 오는 26-27일 FRB의 회동을 앞두고 긴장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FRB 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금리인상 신중론을 강조했지만 FRB가 빠르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DBS는 기업실적 악화, 글로벌 교역 부진, 주요국의 성장둔화 등을 또 다른 잠재적인 악재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상품시장과 아시아지역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언제든지 변수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꼽는 변수는 역시 중국이다.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가 커지면 상품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성장둔화에서 비롯된 위안화 약세는 주변 다른 신흥국 통화의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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