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변호사의 부동산중개에 대한 유감

머니투데이 김상범 세종사이버대 자산관리학부 교수 2016.03.3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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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변호사의 부동산중개업 진출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부동산 중개라고 할 때 단순히 알선이라는 행위뿐만 아니라, 매매 또는 임대차 계약체결, 부동산 현황상의 물건 파악, 투자분석, 금융관련 자문, 이사 및 인테리어 업체 소개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변호사는 계약체결과 같은 법률자문을 통해 중개 업무를 지원해왔다.

이렇게 분업이 잘 이루어지던 부동산 시장에서 변호사들이 중개업으로 진출하려는 것은 그들이 대량으로 시장에 배출되어 경쟁이 격화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공인중개사와 변호사와의 갈등은 영역싸움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부동산 경매 입찰대리 문제에서 다툼이 있었던 것이다.



입찰대리 문제는 원래 변호사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경매법정에서의 입찰업무에 공인중개사가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경매법정에서 이루어지니 변호사들의 업역이라며 입찰대리에 나서는 공인중개사들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하였던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처벌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변호사에게만 개방됐던 입찰대리를 위해 경매법정으로 나서는 변호사들은 거의 없었다. 경매물건 입찰에 성공할 확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변호사가 적은 보수를 받고 매번 경매법정으로 출근하는 일을 꺼렸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이 없는 경매시장에 무자격 브로커들이 틈을 비집고 들어왔고 피해는 소비자들이 봐야만 했다. 결국 정부는 입찰대리 문제에서 공인중개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중개업의 48%가 월 소득 300만 원 이하인 부동산시장에서 입찰업무의 지원은 변호사가 아닌 공인중개사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토교통부가 불법으로 판단한 변호사의 중개업진출도 다르지 않다. 변호사에 의한 중개서비스는 설혹 허용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은 경매법정의 입찰대리에 참여하는 변호사를 현재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반증된다.



현실적인 상황을 떠나 법리적으로도 변호사의 중개업진출은 많은 문제점을 가진다. 변호사가 부동산중개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는 2006년 대법원의 판결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

공인중개사법으로 규정된 ‘중개’의 핵심은 알선행위이다. 알선이라 함은 사전적으로 두 당사자 사이에 서서 일을 주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변호’의 핵심은 결코 두 당사자 사이에서 일을 주선하는 일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사례에서 명확해진다. 뉴욕 주에서는 공인중개사법에 의해 변호사가 중개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중개업을 실행하는 변호사는 없다. 변호사윤리규정에 의해 법률자문과 중개를 동시에 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개수수료는 거래가 종결되는 시점에 발생하지만 법률자문 수수료는 즉시 발생하기에 변호사들이 부동산중개수수료를 받기 위해 거래의 성사를 종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은 의뢰인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단순한 논리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을 변호사의 배우자나 같은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는 직원에게까지 확대해 적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윤리규정은 법률자문의 과정에서 발생한 부동산 물건을 다른 공인중개사에게 전달해주고 나중에 수수료를 나누어가지는 것조차 금지한다. 비단 공인중개사뿐만 아니라 은행직원이나 보험설계사, 법무사 등이 중개와 관련된 어떠한 형태의 돈을 수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변호사단체에서 중개업 진출을 옹호하고 심지어 공인중개사와 협업을 하겠다는 우리의 현실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입찰대리 문제에서 승리한 공인중개사가 금번 변호사의 중개업 진출논란에서도 이길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윤리적 측면에서 변호사들의 소탐대실은 그들을 패전의 길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같은 고도의 윤리의식을 변호사들에게 요구할 수 없는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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