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부모 학력·직업 묻는 이유 들어보니…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6.03.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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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도·복지 사각지대 해소 '한계'…"학부모-담임교사 상담, 1년에 1번 의무화해야"

새학기를 맞아 일부 초·중·고 담임교사들이 학부모 학력과 직업 등을 조사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는 '아동 학대 방지'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가 목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머니투데이 3월10일자 25면 "너희 아버지 뭐하시니?" 옛말인줄 알았는데…" 기사 참조)

사실상 학부모 상담이 의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가정환경을 조사하지 않고서는 학생 생활지도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부모 가정, 다문화가정, 소년소녀가장,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 자녀 등은 보건복지부와 연계한 '원스탑 서비스'를 통해 신상정보 조회가 가능하다. 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교육급여(교재비·학용품비)나 장학금 등을 지원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망에도 없는, 소위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이다. 교내에 발전기금이 들어오면 누구에게 장학금을 줄지 결정해야 하는데, 별도의 조사서가 없으면 일 처리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급식비를 줄여주고 싶어도 이른바 '차상위계층 바로 위'의 학생들이 누군지 파악이 안 되는 등 애로사항이 있다는 주장이다.



새학기때 부모 이름과 연락처만 물어본다는 인천 소재 중학교의 한 교사는 "복지시스템 안에 들어와 있는 아이들은 걱정이 없다"면서 "문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또 다른 아이들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학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상황이 자녀 가정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신상명세를 파악해두면 '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몇년 전, 한 학생이 친부에게 성추행을 당해 경찰에 고발한 사건이 있었는데 알고봤더니 친부가 몇년간 무직이었다"면서 "조금 더 구체적인 조사를 했더라면 학생을 도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 상담'이 가정환경조사서 논란을 해결할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부모가 담임교사와 1년에 최소한 한번이라도 만나 상담을 하면, 학생을 통해 조사서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며 "선진국에서는 학부모 상담은 의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학기초 '학부모 상담주간'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의무가 아니어서 일부 학부모들만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이다.

이밖에 가정환경조사서를 그대로 유지하되, 학부모의 학력과 직업을 구체적으로 묻지 말고 '범주화'해서 묻는 방법도 대안으로 나왔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중학교 교장은 "학부모 나이는 자녀가 늦둥이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해 묻는다. 만약 부모들이 불편하다면 '40세이상~45세미만'식으로 묶고, 직업도 직위가 아닌 직종으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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